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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미닉 Aug 10. 2017

연애상담일기 - 게임폐인과의 연애




결혼식날 신부의 얼굴을 보면 미래의 행복과 불안을 점쳐 볼 수 있다.


그녀의 얼굴엔 행복이 그려져 있었다.

둘의 역사를 알고 있는 나로서는 고맙고 반가운 일이었다.


둘은 게임을 통해 만났다.

정모를 통해 만나게 된 인연이 결혼으로 이어졌다.


결혼이란 단어가 둘의 입에서 나왔을 때 집안의 반대가 어마어마했다고 들었다.

여자는 초등학교 교직원으로 안정된 직장을 갖고 있었고, 남자는 게임폐인이었다.


금지옥엽으로 키운 딸이 게임폐인과 결혼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 부모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둘은 결혼했다.


남자는 결혼과 동시에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다고 들었다.

난 잘 살 거라고 축복하고 행운을 빌었다.






결혼한 뒤론 다들 그렇듯이 연락이 뜸했다.

몇 년이 지났을까, 어느 날 느닷없이 그녀가 날 찾아왔다.



"아직도 신혼이지?"


"저 임신했어요."


"와 축하해. 그 소식을 전하러 여기까지 온 거야?"


"네... 겸사겸사요."


"임신한 건 언제 알았어?"


"어제 병원에서 알았어요."


"남편한테 이야기했어?"


"아직 못 했어요."


"영광인데 남편보다 먼저 이 소식을 전해 듣다니. 그런데 얼굴이 왜 그렇게 창백해?"


"실은 몇 주 전에 싸웠어요."


"심하게 싸웠어? 그것 때문에 왔구나. 마음 상해서."


"모르겠어요. 그 사람. 이젠 공무원 시험 준비도 안 하고..."


"필기에 합격했다고 소식 들었는데."


"면접에서 떨어질 줄 누가 알았겠어요! 그렇게 떨어지고 나선 집에 틀어박혀 게임만 했어요."


"그래서 싸웠구나. 답답했겠네."


"처음엔 그냥 놔뒀어요. 가장 속상한 사람일 테니까. 그런데 멈추질 않는 거예요. 게임을..."


"몸이 축날 정도로 게임만 했구나."


"그 사람 인생에서 공무원 시험 준비했던 시간만 빼면 나머진 전부다 게임이었어요. 게임으로 쓴 인생이죠."


"게임으로 쓴 인생..."


"밥 먹을 때도 이야기할 때도 잠 잘 때도 게임에서 손을 떼지 않았어요. 내가 옆에 있는대도."


"심했구나. 많이 힘들었겠네."


"죽고 싶었어요. 사람이 말라죽는다는 게 무슨 뜻인지 알겠더라고요. 그 정도였어요."


"이해해. 결혼해서 지금까지 네가 일해서 번 돈으로 생활하고 남편을 뒷바라지했는데..."


"그래도 공무원 시험을 준비할 때가 좋았어요. 사람이 목표가 있잖아요."


"목표가 있어야 의욕도 있으니까."


"맞아요. 공무원 시험에서 떨어지고 난 뒤론 게임을 할 때도 의욕이 없어 보였어요. 그냥 무의미하게 시간만 죽이고 있는 사람처럼."


"병원에서 치료라도 받아보지 그랬어."


"그냥 다 귀찮다고 그랬어요. 모든 게 싫다고. 저도 싫다고..."


"말이 심했네."


"저도 가만있지 않았어요. 이렇게 게임만 하고 있을 거면 나가라고 했어요."


"그래서 나갔니?"


"안 나가길래, 다시 말했어요. 나가라고! 나가서 죽으라고!"


"저런..."


"그 말을 듣고 나갔어요. 그 뒤론 기억이 정확하진 않아요."


"왜 무슨 일 있어니?"


"경찰서에서 전화가 왔어요. 그 사람이 병원에 있다고. 차도에 뛰어들었대요."


"남편 몸은 좀 어때? 괜찮아?"


"죽었대요. 죽었어요..."


"아이고, 저런..."


"후회가 돼서요. 그 말을 한 게. 그런데 그 순간은 진심이었어요. 진짜 죽어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네 잘못이 아니야. 누구의 잘못도 아니고. 많이 힘들었겠구나."


"장례식 중에 배가 너무 아파서 병원에 가니까 임신이래요. 마음이 심란해서 이렇게 불쑥 찾아왔어요. 죄송해요."


"죄송은 무슨... 이럴 때는... 감당할 수 업이 힘들 때는... 방법이 없잖아. 그렇게 큰 일 앞에서 사람이 어찌하겠니. 혼자 있지 말고. 사람들을 자주 만나. 하소연도 하고..."


"살아 있는 것 같지가 않아요."


"그래도 산 사람은 잘 살아야지. 힘내."


"뱃 속에 있는 아기도 시간이 지나면 아빠처럼 게임에 빠져 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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