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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미닉 Aug 11. 2017

연애상담일기 - 미안해 영화감독이야

#러브홀릭_연애상담일기





그녀는 성실한 직장인이었다. 

규칙적인 생활과 몸에 밴 성실함으로 보는 사람도 미소 짓게 하는 타입이었다.


그렇게 바른생활의 그녀에게 예술가 애인이라니 처음에 놀라웠다.

둘은 진지한 관계로 거듭났고 동거를 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성실한 직장인 여자와 예술가 남자가 가끔은 궁금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가 나에게 찾아왔다.




"상담 좀 받고 싶어요."


"애인 하고 요즘 안 좋니?"


"모르겠어요. 동거한지도 벌써 1년이 넘어가는데... 이 남자 하나도 변한 게 없어요."


"사람은 원래 잘 안 변하지. 아무튼 뭐가 변했으면 좋겠는데?"


"그게... 저도 잘 모르겠어요. 그 사람이 하려는 걸 잘 이해 못하겠어요."


"예술가라고만 들었어. 정확하게 뭐 하는 사람이니?"


"영화감독이에요. 미대를 나와서 영화사에서 콘티를 그리는 일부터 했어요. 그리고 지금은 영화를 만들어요."


"그럼 전혀 문제가 없잖아. 미대도 나오고 일도 있었고 게다가 지금은 영화감독이니."


"저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맞아요. 혼자서 뭔가를 만들어요. 뭔가를 찍기도 하고. 영화만 온종일 보기도 하고."


"그게 일인 사람이니까."


"맞아요. 그게 일이니까 계속 노력하고 있겠죠. 시나리오도 쓰고 콘티도 그리면서요."


"그런데 그게 마음에 들지 않는 거야?"


"그렇게만 있어요. 돈도 안 벌고 직업도 없이."


"그게 문제구나. 살림에 전혀 보탬이 되지 않는 거."


"처음엔 작품 하는 사람이니까. 부담 주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계속 이런 생활이 반복되는 걸 참을 수 없어요."


"자신이 경제적으로 보탬이 되지 않는 거에 대해선 미안해하니?"


"제가 가끔 혼자 장을 봐오면 미안해서 집안일을 혼자 다해요. 아마도 제 눈치를 보고 있는 것 같아요."


"양심은 있는 사람이구나."


"차라리 밉게 했으면 하고 생각할 때가 있어요. 싸우지도 못하겠어요. 저만 못된 사람 될 까 봐."


"서로서로 말을 아끼고 있구나. 혹시나 상처 주고받을 까 봐."


"그런 것 같아요. 전 지금까지 주어진 환경에서 항상 최선을 다해 왔어요. 그래야만 했어요."


"그래 넌 워낙 성실한 사람이니까. 내가 잘 알지."


"어렸을 때부터 특별히 원하는 게 없었어요. 고속도로 매표소 같은 데서 평생 일해도 평범하게 살 수 있다면 좋

다라고 생각했으니까요."


"그 남자는 너와는 반대였겠구나."


"그게 그 사람의 매력이었어요. 나와는 다르게 원하는 게 분명한 게 말이죠. 그런 점에 반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지금은 그게 부담스럽고!"


"맞아요. 대체 그놈의 영화가 뭔지 그것 말고는 아무것도 안 하는 게 싫어요."


"그 사람에겐 이런 이야기 해 봤니?"


"못했어요. 입이 떨어지지가 않았어요. 저렇게 진지하게 즐겁게 행복하게 자기 일을 하는 사람에게 상처를 주

는 것 같아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산다는 건 나 좋아하는 일만 해서는 안 되는 일이야. 서로 책임을 나눠 갖아야 할 때도 있는 거고."


"솔직히 두려워요. 그 사람이 저보다 영화를 선택할까 봐."


"그 정도니..."


"저 어떡하죠? 그 사람이 변하길 바라는데... 헤어질까 봐 두려워요."


"헤어지지도 않고 네가 원하는 대로 변하는 방법을 찾으려고 나에게 왔구나."


"맞아요."


"이야기를 들어보니 네가 그 사람에게 이야기하면 그 사람은 네가 원하는 대로 행동하는 척이라도 할 거야."


"그런 적은 몇 번 있었어요. 그런데 그러다 곧 원래대로 돌아와요. 일도 알바 정도밖에 안 하고."


"마음에 쌓인 게 많은 건 관계에 전혀 도움이 되질 않아. 그 사람이랑 결혼도 하고 싶니?"


"글쎄요. 그건 잘 모르겠어요. 확신이 서지 않아요."


"누구나 확신이 없지. 그러니 빨리 결단을 내려야 해. 그 사람하고 관계를 계속 유지할지 말지에 대해서!"


"어떻게요?"


"지금까지와는 다른 대화를 해야지."


"다른 대화요?"


"응, 언제까지 돈 한 푼 벌지 않고 자기 좋아하는 일을 할 건지? 그리고 만약 잘 안 된다면 어떤 일을 할 건지? 나와는 어떤 관계가 되길 바라는지?"


"다른 건 없나요?"


"아 하나 더 있다. 왜 그렇게 영화에 집착하는지?"


"그건 좋아서 그런다고 했어요. 어릴 때부터 좋아했고, 평생 하고 싶은 일이라고."


"어릴 때를 돌이켜봐. 어린이들은 흙장난이며 자기가 좋아하는 걸 마음껏 하지. 온 힘을 다해서. 그리고 다른 재미난 게 생기면 미련을 두지도 않아. 그게 원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의 습성이야. 뭐랄까 단순함이라고 해야 하나. 안 되면 다른 것을 찾기도 하는 긍정적인 사고방식이라고 부를 수도 있겠지. 아무튼 어떤 사람이 한 가지 일에 집착하는 건 문제가 있는 거야. 왜 그렇게 집착하게 됐는지 잘 들여다보면 해답을 찾을 수도 있으니까."


"그렇군요. 다시 잘 물어볼게요."






그녀에게서 연락이 다시 온건 석 달이 지나서였다.




"그 사람하고 이야기를 해 봤어요. 일러주신 대로요."


"결론이 어떻게 나왔어?"


"자기도 영화에 집착했다고 말했어요. 미안해 영화감독이야,라고 대사까지 치면서요."


"거창하다. 미안해 영화감독이라니."


"영화 말고 다른 일도 찾아보겠대요. 저와 같이 살고 싶대요."


"노력한다고 했을 때 확 길을 들여야 해."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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