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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미닉 Aug 15. 2017

연애상담일기 - 키 작은 남자

#러브홀릭_연애상담일기






남자들은 큰 키를 동경한다. 기형적으로 큰 것이 아니라면 무조건 큰 것을 선호한다.


남자뿐만 아니라 여자들 조차도 키 큰 남자에게 호감을 나타낸다. 실제로 여자들은 키가 큰 남자들에게 더 호감을 나타낸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큰 키는 상대를 압도하고, 후광효과가 있기에 더 그런 듯하다.


잘생긴 외모에도 불구하고 작은 키 때문에 의기소침해하던 후배가 있었다. 그는 늘 소극적이었고, 자신감이 없어 보였다.


어느 날 그가 날 찾아왔다.



"오랜만이야. 갑자기 무슨 일이야?"


"저 어제 소개팅했어요."


"소개팅? 어땠어? 맘에 들었니?"


"네 아주 맘에 들었어요."


"연애상담 왔구나?"


"네 상담 좀 하려고요."


"뭐가 궁금해?"


"소개팅에 나온 그 사람이 묻더라고요. 혹시 키 높이 신발 신은 거냐고..."


"처음 만났는데 그런 걸 물었어? 매너가 없네..."


"저도 모르게 안 신었다고 거짓말을 해버렸어요."


"그랬구나..."


"아시죠? 저 키 때문에 콤플렉스 있는 거!"


"짐작은 했지만 네가 말을 꺼낸 건 처음이야."


"이제라도 말을 해 보려고요."


"그래. 편하게 말해."


"어렸을 때부터 키 때문에 스트레스받았어요. 부모님도 원망했고요. 작은 남자는 너무 볼 품 없다고 생각했어요. 실제로도 그렇고요."


"힘들었겠구나."


"여러 가지 처방도 받았어요. 호르몬 주사도 맞았고요. 그래도 자라지 않아서 미칠 것 같았고요. 실은 저 해병대도 떨어졌어요. 키 때문에. 우습죠..."


"우습긴... 아니. 그런데 해병대도 지원했었구나."


"어린 마음에 강한 남자가 되면 키 따윈 신경 안 쓸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현역도 갈 수 없어서 공익근무요원이 됐죠. 남들은 부러워했지만 전 죽을 맛이었어요. 불량품이 된 느낌이었어요."


"불량품이라니... 그런 생각은 말아야지."


"연애는 꿈도 못 꾸고요. 나 같은 사람과 누가 연애를 하고 싶겠어요."


"자신감이 많이 떨어졌었네."


"키가 큰 사람들이 너무 부러웠어요. 수술도 알아봤는데 불구가 될 수 있다는 말에 두려웠어요."


"수술까지..."


"그 뒤로 키 높이 신발을 신기 시작했어요. 자신감이 들더라고요."


"잘했네. 그것도 좋은 방법이야."


"이제 좀 자신감이 들어서 소개팅에 나간 거였어요."


"그런데 그 여자가 네게 물은 거구나. 키높이 신발 신고 나온 거냐고?"


"네. 그리고 전 거짓말을 했고요. 그 뒤로 소개팅이 가시방석이었어요."


"소개팅에 나온 그 여자는 어땠어?"


"그 여자는 가볍게 농담을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제가 정색을 하니까 당황하는 눈치였어요."


"이야기 잘 들었어. 그래도 다행이다. 소개팅도 나가고. 힘들었던 순간이 많았을 텐데 용기를 낸 건 잘한 거야. 그래도 연애는 하고 싶었나 봐?"


"맞아요. 연애가 하고 싶었어요. 남들처럼 평범하게 데이트도 하고 행복해지고 싶었어요."


"네 맘 잘 알겠어. 콤플렉스는 해결하기 힘들어. 실제로 극복했다고 말하는 사람들조차 또다시 힘들어지는 경우도 많으니까."


"그럼 어쩌죠? 계속 이렇게 살아야 하나요? 혼자서!"


"아니 사람도 만나고 연애도 더 잘해야지. 우선 콤플렉스는 극복하겠다는 생각 자체를 버리는 게 좋겠어. 네 말처럼 수술로 변할 수 있는 부분도 있잖아. 예를 들어서 성형처럼 그런데 키는 그럴 수 없어. 이미 다 컸으니까."


"휴... 그렇죠..."


"왜 그래. 세상 다 산 사람처럼. 그렇게 실망하지 말고. 받아들이는 게 힘들다는 거. 알고 있어. 그래도 받아들여야 해. 그리고 좋은 사람과 만나야 해. 사람은 외모로만 사는 게 아니잖아. 사람은 사람을 보고 만나는 거니까."


"말이 쉽죠! 대체 어디서 그런 사람을 만나요?"


"너 혹시 봉사모임에 가 본 적 있니?"


"아니요. 없어요."


"봉사단체나 모임의 사람들은 힘든 사람들을 많이 만나. 그러다 보면 사람의 외형을 그렇게 의식하지 않는 눈도 생기게 되고. 진짜 사람을 보게 돼."


"전 동정 따윈 필요 없어요."


"동정이 아니야. 물론 봉사모임 사람들이라고 무조건 다 그렇다는 건 아니야. 그곳에 비교적 외모엔 크게 신경 쓰지 않는 사람들이 많이 있을 거라는 거야! 네가 어제 용기를 냈던 것처럼. 더 좋은 연애를 하길 바라는 마음이야."


"네 알겠어요."


"콤플렉스를 극복하려 너무 애쓰지 마. 평생 안고 살아야지. 네 잘못이 아니잖아. 그러니 비관하지 마. 네 진면목을 알아보는 사람과 만나야 해."


"정말 그럴까요? 저도 좋은 사람 만나서 연애할 수 있을까요?"


"그럼, 당연하지."







상담이 끝나고 추천하고 싶은 모임이 있는지 물었다. 


예전부터 알고 있던 봉사모임에 그를 소개했다. 그는 주말마다 봉사모임에 나갔다. 

타고난 성실함과 다재다능했던 그는 그곳에 사랑받는 사람이 됐다.


좋은 사람과 사귀게 됐다는 소식도 들었다.




타고난 콤플렉스를 극복하긴 어렵지만 어디에선가 나와 잘 맞는 짝이 있을 거라고 믿음을 갖는 어렵지 않다. 그 믿음으로 주변을 잘 둘러보면 알게 된다. 


혼자가 아니었다는 걸. 나와 잘 맞는 사람이 가까운 곳에 있었다는 걸. 그 인연이 생각도 못한 장소와 상황에서 나타난다는 걸.


내 상처를 보듬고 사랑할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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