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홀릭_연애상담일기
마음 하나만으로는 안 되는 게 짝사랑이다. 무심하게도 상대는 내 맘을 몰라준다.
슬프고 애절해서 가슴이 사무치는 짝사랑.
10년째 홀로 사랑한다면 어떤 느낌일까? 그 깊은 슬픔을 어찌 알 수 있을까? 매일 그 지극한 감정을 어떻게 다독였을까?
불치병보다 상사병이 더 무섭다.
그는 10년 동안 한 여자를 사랑했다.
그가 나에게 했던 말들이 잊혀지지 않는다.
"십 년을 쫓아다녔어요. 우습죠?"
"뭐가 웃겨! 그럴 수도 있는 거지!"
"대학 때부터 쫓아다녔어요. 강아지처럼 졸졸졸."
"고백은 안 해 봤어?"
"고백하기까지 5년이 걸렸어요."
"고백했었네."
"그 친구가 먼저 졸업을 했고, 졸업과 동시에 집안을 돕더라고요."
"집안일?"
"네, 그 친구 부모님이 돈가스 가게를 하세요."
"그럼 거기서 일을 한 거야?"
"매일 볼 수 있으니까요. 배달일을 했어요. 졸업하고서도 계속."
"그럼 거기서 얼마나 일을 한 거야?"
"지금도 일하고 있으니까. 올해가 7년째네요."
"너 기계공학과에 다녔잖아. 취업은 안 했어?"
"취업했지요. 돈가스 가게에."
"그건 그렇지만 다른 기회도 있었을 텐데... 아쉬워서 그렇지."
"그런 건 상관없었어요. 사랑하는 사람 곁에 있을 수만 있다면..."
"고백은 일한 지 5년째 되던 해 한 거니?"
"네 학교 다닐 때도 농담처럼 했었어요. 그래서 그런지 가볍게 받아들이더라고요. 그리고 결정적으로 저에겐 없대요."
"뭐가 없어?"
"자기가 원하는 분위기가 없대요. 설레는 남자 느낌."
"그 말을 듣고도 거기서 계속 일한 거니?"
"그 뒤로 2년을 더 일했네요. 올 해가 그 친구를 짝사랑한지 10년째 되는 해에요.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데... 신기하죠? 마음은 그대로인 걸 보면..."
"많이 좋아하는구나. 그 사람."
"지금도 똑같아요. 사랑하는 마음."
"그 여자는 다른 사람하고 연애는 안 하고?"
"많이 했죠. 처음부터 그 친구는 임자가 있었어요. 헤어지고 힘들어하다가 또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그 모습을 보는 넌 힘들진 않았니?"
"힘들었죠. 너무 힘들어서 한 동안 벙어리처럼 말을 못 한 적도 있어요. 말이 입 밖으로 나오지 않더라고요. 말만 해도 무너져 내릴 것 같아서."
"너 참 미련하다."
"미련하죠. 미련한 사랑이죠. 저도 알아요. 제가 바본 거. 그래도 그녀를 위로해 주고 싶었어요. 곁에서 항상. 저라도 말이에요."
"그 여자도 너와 정 많이 들었겠다."
"힘들 때마다 저를 불러요. 가족처럼 친구처럼 그렇게요. 며칠 전에 결혼 소식을 전했고요."
"결혼하는구나."
"혼란스럽더라고요. 조언을 얻고 싶어요. 그 친구와 저를 위해서."
"넌 어떻게 하고 싶니?"
"글쎄요. 돈가스 가게는 그만두는 게 좋을 거 같아요. 그 친구와 새로운 식구를 위해서라도..."
"대단하다. 그리고..."
"그리고 그 친구를 기다려야죠."
"그 여자, 기다리고 싶구나..."
"혼자서 그 전처럼 기다리려고요. 만약 제가 가정을 가지면 그 친구가 불편해할 수 있으니까. 이상한 거죠? 저..."
"그 마음 변함없다면 그렇게 해 봐."
"그렇게 말하는 사람은 처음 봤어요. 다들 정신 나갔다고 했거든요. 저보고 미쳤대요. 짝사랑으로 인생을 다 쓴 사람 같다고 했거든요."
"왜 짝사랑으로 인생을 좀 쓰면 안 되니?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 것보다 훌륭해."
"고마워요. 그런데 그 친구와 전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글쎄. 그 친구는 결혼해서 가정을 가질 거고. 넌 그 친구가 힘들 때마다 이야기를 들어주는 친구가 되겠지. 그리고 다른 변수들은 지금은 알 수 없어. 다만."
"다만..."
"다만 너에겐 평생을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겠지. 평생의 단 한 사람이. 그게 다야. 인생은 어떤 면에서 지극히 단순하니까."
"평생의 한 사람. 그거면 충분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