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홀릭_연애상담일기
여행이란 말만 들어도 마음 한구석이 넉넉해진다. 기대감에 세상이 아름답게 보인다. 그만큼 여행이 주는 청량감은 산뜻하다.
여행하듯 인생을 살면 어떨까? 상상만 해도 기분 좋아진다.
물론 어떤 사람에게는 여행이 고민이 되기도 한다.
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날 찾아왔던 그 역시 고민이라고 말했다.
"여자 친구가 생겼어요."
"축하해. 여행 갔다고 들었었는데... 여행하다 만난 사람이야?"
"네. 터키에서 만났어요."
"잘됐네. 어떤 사람이야?"
"동갑이고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에요."
"직업은 뭐야?"
"프리랜서로 디자인 일을 했는데... 지금은 쉬고 있어요."
"여행은 어땠어?"
"좋았어요. 태어나서 그런 기분 처음이었던 거 같아요."
"그 말하러 온 거야? 하고 싶은 이야기는 따로 없고?"
"실은 고민이 좀 있어요."
"무슨 고민..."
"그 사람이 정말 좋아요."
"완전히 빠졌구나."
"맞아요. 완전 빠졌어요. 그래서 그 사람과 함께하고 싶어요."
"그럼 함께 있으면 되잖아."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아요."
"뭐가 문제인데?"
"그녀가 여행을 떠나자고 해서요."
"신혼여행을 말하는 거야?"
"아니요. 아직 결혼까지 이야기하지 않았어요."
"여행은 다녀온 건 아니었어?"
"다녀왔죠. 그 사람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그 여자분은 세계여행이라도 다니는 거야?"
"맞아요. 세계여행 중이었어요. 그래서 저와 함께 하고 싶다고 했어요."
"기간은 얼마나 남은 거야?"
"기약이 없어요. 현재 반년이 지났고요."
"집이 잘 사는 모양이구나."
"그 정도는 아니에요. 현지에서 간단한 일로 돈을 벌기도 한다고 말했어요."
"용기와 추진력이 대단한 사람이구나."
"맞아요. 그런데 전 일하는 중간에 휴가를 다녀온 거라서 고민이에요."
"고민이구나. 직장생활은 어떠니?"
"매일 야근이죠. 광고일이라는 게 밤낮이 없으니까요. 휴가도 어렵게 내서 갔는 걸요."
"얼마나 됐지?"
"벌써 3년이 넘었죠. 친구들이 부러워했어요. 좋아하는 일이 직업이 된 걸.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모르겠어요."
"그렇구나. 네 마음은 어때? 그 여자와 함께 여행을 떠나고 싶니?"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걱정도 되고요. 모아둔 돈과 퇴직금을 들고 여행을 떠난다는 게 말처럼 쉽진 않잖아요..."
"누구나 그렇겠지. 갑자기 결정을 내려야 할 때면 더 그럴 거고."
"가슴이 요동칠 때가 있어요. 떠나라고. 그럴 때마다 머리는 아니라고 말하고."
"모순이네."
"마음의 갈피를 잡지 못하겠어요. 조언해주세요."
"떠나. 가슴이 시키는 대로!"
"모아둔 돈도 다 사라지고. 경력도 단절되는데요. 행여나 그 사람과 여행하다 틀어지게 되면..."
"생각이 너무 많다면 떠나지 말고!"
"그래도 그 사람을 놓칠 순 없어요."
"떠나! 마음을 가볍게 하고. 직장에 잘 말하고. 가족들에게도 이해를 구하고."
"정말 제가 그럴 수 있을까요?"
"그 사람과 함께하고 싶은 마음도 알겠고. 네 마음도 알 것 같아."
"제 마음이요?"
"응. 네 마음. 여행을 더 하고 싶은 마음! 사람도 중요하겠지만 결국 네 마음이잖아. 네가 하고 싶은 일. 그걸 해."
"내가 하고 싶은 일! 실은 요즘 제가 하고 싶던 게 뭘까하고 진지하게 생각해 봤어요. 그런데 모르겠어요. 못 찾겠더라고요. 진짜 원하는 일을 하고 있는 줄만 알았는데..."
"다들 그렇지. 막상 해 보면 별 게 없잖아. 몸으로 또 시간으로 배우는 거니까. 그러니까 이번 기회에 더 부딪혀봐."
"실패하면 어쩌죠?"
"더 좋지!! 실패는 빨리하면 할수록 좋은 거니까."
"그런 이야기는 처음 들어봤어요. 실패를 빨리하면 좋다는 말."
"매도 먼저 맞는 게 나은 것처럼. 실패든 실연이든 빨리해보는 게 중요해. 나중에 하면 감당하기 너무 힘들어. 지금이 최적이야!!"
"이상한 조언이네요."
"인생에서 정해진 건 없으니까."
"정해진 건 없다. 그럼 저도 가벼운 마음으로 떠날까요."
"당장해! 말보다 행동이야!"
"실패할지라도 도전해 볼게요. 두려워하거나 불안해하지 않고요. 최악이라도 저에겐 여행이 남을 테니까요. 가장 행복한 걸 선택할게요."
"그래, 가장 행복한 일을 선택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