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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미닉 Aug 22. 2017

연애상담일기 - 뚱뚱한 여자





슬림한 체형의 여자들조차도 자신을 뚱뚱하다고 여기는 경우가 종종 있다.


티브이 속에 등장하는 연예인의 몸매를 평균이라고 여기고, 그들의 몸매와 자신을 저울질한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티브이와 인터넷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외모가 비교의 기준이 돼 버린다.


시간이 지날수록 아름다움에 대한 고정관념은 더 확고해진다. 


뚱뚱한 건 나쁘다. 


멋진 몸매를 가져야 한다는 강박증이 생겨나는 순간 우리는 불행해진다.



행복한 줄로만 알았던 그녀가 수줍은 얼굴로 나를 찾아왔다. 그녀는 봉사활동 중에 알게 된 동생으로 성격이 온순하고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웃는 인상이라 얼굴만 봐도 기분 좋아지는 맑은 사람이었다.


어느 날 그녀가 상담을 요청했고, 평소와 다르게 불안해 보였다.



"봉사할 때 말고 얼굴 보는 게 처음이에요."


"그러게. 그런데 무슨 일이야? 얼굴이 안 좋아 보여."


"문제가 생겼어요."


"무슨 문제?"


"제가 어떻게 보여요?"


"그게 무슨 말이야?"


"저 뚱뚱해 보여요?"


"아니. 뚱뚱하긴. 보기 좋아."


"거짓말인 거 알아요. 제 키가 163cm예요."


"난 더 큰 줄 알았어."


"살 때문에 더 커 보이는 거예요... 그리고 이건 말하기 부끄럽지만, 몸무게는 70kg이에요. 163에 70가 제 몸을 나타내는 숫자예요. 우습죠?"


"우습다니... 왜 그런 말을."


"실은 이제 회사를 못 나갈 거 같아요."


"회사는 왜 그만두는 거야?"


"저번 주에 고백했어요. 좋아하는 사람에게 고백하는 게 처음이었는데..."


"그 사람이 네 마음을 안 받아줬어?"


"거절할 것도 대비한다고 했는데... 너무 자존심이 상해서."


"왜 그놈이 뭐라고 했는데!"


"자기관리 못하는 사람하고는 사귈 마음이 없대요. 거울도 안 보고 다니냐고..." 


"나쁜 놈이네. 그런 사람하고는 잘 안 된 게 차라리 잘 된 일이야. 세상에 널린 게 남자야. 걱정하지 말고. 그것 때문이라면 회사도 그만두지 말고. 더 당당하게 다녀야지. 보란듯이!"


"이미 회사 사람들이 다 알아 버렸어요. 뒤에서 수군거리는 게 다 들릴 정도고요. 회사가 지옥으로 변했어요."


"정말 못 된 사람이구나. 왜 그런 사람을 좋아해서..."


"그러게요. 그 사람과 연애가 하고 싶었나 봐요."


"넌 실력 있는 디자이너잖아. 어디든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을 거야. 너무 걱정하지 말고."


"고등학교 때 왕따를 당했어요."


"사람들은 왜 그렇게 못 됐니."


"그냥 뚱뚱하단 이유로 괴롭혔어요. 전 그게 너무 싫었는데 그러면서도 이상하게 더 먹게 되고. 살을 뺄 수가 없었어요. 바보 같죠!"


"그럴 수도 있는 거지. 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 그 사람들이 나쁜 거야."


"봉사활동에 나갔던 것도 다이어트도 하고 힘을 내기 위해서였어요. 나보다 힘든 사람들을 보며 마음의 안식을 얻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그래 잘 한 거야. 잘했어. 너를 괴롭히고 말을 함부로 한 사람들이 나쁜 거야. 넌 아무 잘못 없어."


"아니에요. 잘못이에요. 그 사람 말처럼 거울 보면서도 제대로 살을 빼지 못한 제 잘못이에요. 요즘 같은 세상에 이 꼴로 다니는 게 이상한 거죠!"


"뚱뚱한 건 나쁘다고 생각하는 게 잘못된 거야. 뚱뚱한 건 나쁘다고 말하면 좋을 사람들이 누구겠어? 다이어트 식품을 팔고 몸매를 교정하고 성형하는 곳에서 만들어 낸 상술이야."


"아무리 그렇게 말해도 세상이 변하지 않아요."


"세상이 변하지 않는다면 네가 변하면 되지."


"맞아요. 내가 변하면 되는 건데 다이어트를 할 때마다 실패했어요. 정신력도 부족하고 난 정말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어요."


"그런 생각은 하지마. 그리고 다이어트 좀 실패하면 안 되니?"


"그래서 이 모양이잖아요."


"영어공부를 마음먹는다고 모두 다 네이티브가 되는 건 아니잖아. 술 담배 끊는다고 해 놓고 삼일도 못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잖아. 원래 그런 거잖아. 모두가 그렇게 실패하잖아. 다이어트도 실패할 수 있는 거잖아."


"모르겠어요. 이런 제 자신이 싫어요."


"그럼 내가 좋은 다이어트법 하나 알려 줄까?"


"뭔데요?"


"여행다이어트!"


"그게 뭐예요?"


"너 해외여행 다녀온 적 없다고 했지?"


"없어요. 한 번도. 비행기가 무서워요."


"퇴직금까지 다 털어서 여행을 떠나보는 거야. 세계여행 티켓을 끊어서."


"저 혼자서요? 해외여행도 한 번 안 다녀 봤는데... 세계여행 티켓을 끊으라고요?"


"맞아. 혼자서 세계여행을 떠나는 거야."


"왜요?"


"홀로 낯선 곳에 가면 긴장의 끈을 늦출 수가 없거든. 움직임은 평소의 열 배는 늘 거고. 음식이 안 맞는 경우도 생길 거고. 잠도 편하지 않겠지. 이 만한 다이어트법도 세상에 없을걸!"


"진심으로 하는 말이에요?"


"진심이야. 마음이 혼란스러울 때 여행만 한 것도 없으니까. 좋은 사람을 만날 수도 있잖아."






그녀에게서 파랑새가 그려진 엽서를 받은 건 그로부터 1년 뒤였다.



여행다이어트를 실행 중이에요. 

세계 곳곳을 다녀보니 확실히 변한 게 있어요. 이젠 누구의 시선도 신경 쓰지 않게 됐어요. 워낙 여기저기 다니다 보니 어느 순간 그런 마음이 사라졌어요. 


다이어트가 잘 될 거라고 했던 말은 거짓으로 결론이 났어요. 마음이 편해져서 그런지 더 잘 먹게 되더라고요. 몸이 더 무거워진 것 같아요.


결정적으로 좋은 사람도 못 만났어요. 

그래도 괜찮아요. 지금 이대로도 좋으니까. 너무 답답하게 살았어요. 사랑받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에 갇혀서... 지금이라도 가벼운 마음으로 살아가려고요. 몸이 더 무거워진다 해도!


지금은 뉴칼레도니아에 있어요.

여행이 더 길어 질지도 모르겠어요.

호주에서 디자인 공부를 해 볼까 생각 중이에요.


이젠 누구에게도 휘둘리지 않을 거예요.

행복하게 살고 싶어요.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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