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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미닉 Aug 23. 2017

연애상담일기 - 결혼품질보증서




결혼엔 품질보증서가 없다. 

연애와 다르게 반품도 까다롭다. 


결혼식을 일주일 앞두고 그녀가 나를 찾아왔다. 대학 때 단짝이었고, 말괄량이 기질에 통통 튀는 매력의 소유자였다. 



"다음 주에 결혼식이야."


"축하해. 드디어 결혼하는구나."


"그러게 막상 하려니까. 마음이 이상하네."


"원래 그런 거야. 안 해 봤던 거라서 마음이 이상한 거지."


"그러게 처음 해보는 거니까..."


"누구나 처음은 있으니까. 다음번에는 경험이 생겨서 좀 나을 거야!"


"저주를 내리냐! 어이구... 이런 게 친구라고."


"그런데 웬일이야? 결혼식을 일주일 남기고. 준비는 다 끝난 거야?"


"준비는 다 했어. 그런데 마음이 이상해. 아직도..."


"뭐가 자꾸 이상하다고 하는 거야? 제대로 말해봐!"


"이 사람하고 결혼하는 게 맞는 건지 모르겠어."


"왜 무슨 잘못이라고 했니? 결혼할 사람이!"


"아니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어."


"그런데 왜 그런 생각을 하는 거야?"


"결혼은 연애하고 다르잖아. 그 사람과 결혼하는 게 잘한 선택인지 고민되는 거야. 그래서 너에게 상담하러 온 거고."


"결혼 직전에 상담을 왔구나. 좋아. 어떤 점이 가장 걱정되니?"


"연애할 때 몰랐는데 막상 결혼하려니까. 그 사람 직업이 불안한 거 같아."


"직업이 뭔데?"


"게임 기획자야."


"예술가도 아닌데 왜 불안해?"


"기술을 가진 게 아니잖아. 만약 이번 게임이 잘 안 되면 직장을 그만둬야 할 거 같다는 말도 하고."


"요즘 세상이 다 그렇잖아."


"공무원들은 그럴 일이 없잖아."


"그러는 너도 공무원이 아니잖아."


"내가 아니니까 함께 사는 사람이라도 안정감이 있어야지. 나중에 아이라도 생기면 살기 어려워지잖아."


"원래 사는 게 그런 거잖아."


"모르겠어. 막상 결혼하려니까. 불확실한 게 부담스러워. 그 사람은 회사에서 짤려도 나를 먹여 살릴 수 있다고 큰소리 뻥뻥 쳤어. 솔직히 더 불안해졌고."


"공무원이라고 무조건 안정된 생활을 하는 것도 아니잖아."


"경제적인 것만 문제는 아니야. 같이 살아야 한다는 것도 부담스러워."


"그게 결혼이잖아. 같이 살고 싶지도 않는데 결혼하는 거야?"


"그런 게 아니고 같이 사는 게 두려워. 잘 안 맞을 수도 있고. 계속 둘이 있어야 한다는 게 상상이 안 가."


"네 말이 맞아. 그 남자 지금은 너에게 잘 해줘도 막상 결혼하면 완전 다른 사람으로 변할 수도 있어. 상상도 못 할 문제들이 발생할 거야. 새로운 가족이 생기고, 명절은 지옥으로 변하고, 생각도 못한 잔소리를 들을지도 몰라. 스트레스는 나날이 쌓여 갈 거야. 게다가 결혼한 지 얼마 안돼서 완벽한 파트너를 만날 수도 있어. 거짓말처럼 운명 같은 사랑을..."


"백 프로 공감, 네가 말한 대로 그 모든 게 문제야!"


"그런데 결혼엔 품질보증서가 없어."


"나도 알고 있어. 그 모든 건 결혼을 하고 나서 알게 된다는 거."


"네가 불안해하는 것처럼 그 사람과 진짜 안 맞을 수도 있어. 이혼도 할 수 있고!"


"결혼도 안 했는데 벌써 이혼까지."


"네가 너무 불안해하니까 하는 소리야. 이혼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봐. 가볍게."


"어떻게 그런 걸 가볍게 생각하니?"


"이혼이 힘들지 않다는 게 아니야. 단지 그럴 수도 있다고 가볍게 생각하라는 거야. 결혼을 했는데 이건 정말 아니라고 생각이 들면 당장 이혼할 수 있다고. 너 티비나 인터넷에서 이혼율이 해마다 높아졌다는 기사 본 적 있니?"


"요즘 매일 검색해 보고 있어."


"결혼해서 안 맞으면 빨리 이혼하는 게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 물론 아이가 없다는 전제로. 그게 두 사람의 남은 인생이 행복해지는 길이라고 생각해."


"이혼녀가 돼버리는데..."


"이혼녀가 노처녀보다 낫지 않니? 넌 둘 중에 뭐가 더 좋은 거 같아?"


"둘 다 나쁘다."


"혼자 사는 것도 좋지만 비교하자면 이혼녀가 훨씬 더 나아 보여. 사랑이 뭔지는 몰라도 누군가와 함께 살아가는 게 쉽지 않다는 걸 아는 사람이잖아. 어때 이혼녀가 훨씬 더 낫지?"


"억지다. 억지."


"결혼식을 일주일 앞두고 걱정되는 건 알겠는데... 이건 결혼할 사람에게도 예의가 아니야. 네가 이러는 거 알면 그 사람도 불안해서 결혼하고 싶겠니?"


"왜 이렇게 사는 게 복잡하냐."


"너무 계산하지마. 더 좋은 사람 만나려면 천년은 더 기다려야 하니까!"


"그렇지. 그런 거지. 아무튼 결혼이 너무 무섭다."


"세상에 완벽한 건 없잖아. 부족한 사람들끼리 서로 채워주면 살아가는 거니까. 너무 걱정하지마. 만약 진짜 아니라는 느낌이 들면 당장 이혼해 버리고!"


"결혼 앞둔 사람에게 이혼하라니... 이게 상담이냐? 악담이지!"


"덕담이다. 잘 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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