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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미닉 Aug 24. 2017

연애상담일기 - 첫사랑 못 잊는 남자





첫사랑을 잊지 못하는 남자들이 있다. 

서투르고 실수투성이여서 더 선명하게 떠오른다고 말하는 남자들이 있다. 그 만한 사람을 다시 만날 수 없을 거라고 말하는 남자들도 있고, 이뤄지지 않은 사랑이기에 더 아름답다고 말하는 남자들까지.


그는 첫사랑에 대해서 만큼은 독보적인 캐릭터였다. 첫사랑과 헤어지고 난 뒤에 5년 동안 솔로로 지내다 지금의 여자 친구를 만났다. 여자 친구가 있는 공개석상에서 첫사랑이 보고 싶다고 읊조리기도 하고, 술에 취하면 첫사랑을 만나러 가겠다고 소란을 피우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자 친구는 첫사랑을 못 잊는 그와 잘 만났고, 오히려 그를 위로했다.


항상 여자 친구와 함께였던 그가 오늘은 웬일로 혼자 나를 찾아왔다. 



"첫사랑을 만났어요."


"또 첫사랑타령이야!"


"그게 아니라 진짜 만났어요. 회사 근처 커피숍에서 우연히..."


"얼마 만에 보는 거야?"


"무려 8년 만이에요."


"어땠어? 그렇게 보고 싶어 했잖아."


"글쎄요. 그 자리에서 얼어 버렸던 것 같아요. 말도 못 하고. 그랬더니 연락하라며 명함을 주더라고요."


"그 뒤에 연락해 봤어?"


"아니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어요. 마음이 진정이 안 돼서 이렇게 찾아왔고요."


"여자 친구에게도 안 말했어?"


"말 못 하겠어요."


"넌 첫사랑이 그렇게 좋니?"


"뭐랄까 이 사람이다 싶었어요. 마음에 드는 얼굴이었어요. 옷 입는 거, 웃을 때 드러나는 이며 특유의 말투까지 모든 게 다 마음에 들었어요."


"지금도 그래? 8년이나 지났는데."


"아직도 설레요. 심장이 쿵쾅대고 미칠 것만 같아요. 왜 이제야 만났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어요."


"첫사랑을 생각하면 뭐가 제일 먼저 떠오르니?"


"너랑 같이 자고 싶어!라고 처음 말했던 사람이에요."


"그래서 그 친구는 뭐라고 했어?"


"목표가 있는 건 좋은 거라고 했어요."


"재미있는 친구네. 그래서 목표는 달성했니?"


"아니요. 그 뒤로 첫사랑이 이사를 갔고 얼마 뒤에 헤어지게 됐어요."


"왜 헤어졌어? 무슨 일 있었어?"


"전화가 왔어요. 그만 만나고 싶다고."


"이유가 뭔데?"


"얼굴을 보고 이야기하면 안 좋은 말만 할 것 같다며 이 정도로 끝내자고 했어요."


"네가 뭘 잘못했니?"


"제가 그 친구에게 상처를 주는 말을 했나 봐요. 농담이었을 뿐인데 그 친구는 참을 수 없었나 봐요."


"무슨 말을 했는데?"


"첫사랑은 맨날 죽고 싶다고 했어요. 누군가 자길 죽여주면 좋을 것 같다는 말도 했고요. 책을 너무 많이 읽어서 그런 가보다 생각했어요. 그런데 계속 죽고 싶다고 하길래. 그거 내가 해주겠다고 했어요."


"첫사랑은 왜 그렇게 죽고 싶어 한 거야?"


"스무 살이었어요. 그 나이의 여자는 원래 그런 거라고 생각했어요. 죽고 싶다는 말도 애교로 들렸으니까요. 감수성이 풍부할 때잖아요."


"그래서 죽여주겠다고 말한 거야?"


"말뿐만 아니라 각서도 썼어요. 각서의 날짜가 지나고 이사를 했고 헤어지자는 전화가 온 거예요. 마지막엔 서로 덕담을 해 주자라고 하더라고요."


"덕담을? 넌 뭐라고 했어?"


"전 싫다고 했죠."


"그 친구는 네에게 덕담을 해 줬니? 전화 통화로 헤어지는 그 순간에."


"말을 너무 쉽게 하지 마세요,라고 덕담을 했어요."


"이상한 친구네. 헤어지게 된 이유도 그렇고... 그래서 넌 아직도 그 사람에게 마음이 있는 거야?"


"다시 얼굴을 보니까 마음이 흔들렸어요. 계속 보고 싶었던 사람이니까요. 첫사랑이잖아요."


"첫사랑이라는 그 사람이 너에 대해서는 잘 아니?"


"잘 모르겠죠. 아무래도 시간이 지나면 많은 게 변하니까요. 8년 전 그때의 저를 알겠죠."


"넌 그 사람에 대해서 잘 아니?"


"잘 아는 건 아니죠. 중요한 건 첫사랑을 만났는데 마음이 혼란스러운 거에요."


"넌 참 이기적이구나. 맨날 첫사랑을 못 잊는다고 해서 가까운 사람이 상처받는 건 안중에도 없다가 막상 첫사랑이 나타나니까 저울질이나 하고."


"그게... 제가 못 잊어서 그렇죠."


"사람들이 첫사랑을 그리워하는 건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이뤄지지 않은 안타까움이 클 거야. 영원할 거라고 믿었던 게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걸 배워가는 과정이겠지. 그런데 넌 너무 첫사랑에 집착해."


"다들 알잖아요. 특히 제 여자 친구도 제가 첫사랑을 못 잊는 걸 잘 알고요. 저에 대해 저 보다 잘 알걸요. 저도 여자 친구에 대해서 잘 알고 있고요. 머리를 어떻게 빗는지, 옷은 어떤 스타일을 좋아하는지, 음식은 뭘 좋아하고 안 먹는 게 뭔지..."


"그렇게 너를 이해하고 너도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어떻게 생각할지 생각해봐. 첫사랑이라고 말하는 사람에 대해선 아무것도 모르잖아. 단지 그때의 감정을 아직도 다스리지 못하는 거잖아. 네 말처럼 사소한 것 하나하나 알고 있는 그 사람과의 사랑이 진짜 아니니?"


"전 그저 첫사랑이... 그때의 감정이 그리워서..."


"환상 속에 살지마. 이기적인 너만의 환상. 당장 여자 친구에게 달려가서 사과해. 첫사랑은 좋은 추억으로만 간직하고."


"여자 친구에게 이걸 다 말해야 하나요?"


"내가 시키지 않아도 다 말할 거잖아. 그렇게 사소한 것 하나하나 다 말하는 사이라는 거 내가 모를까 봐. 지나간 과거에 너무 집착하지마. 지나간 건 지나가도록 놓아줘. 지금 옆에 있는 사람에게 잘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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