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는 삶의 활력을 준다. 각자의 성향과 즐거움의 기준에 따라 취미가 결정된다. 부담 없이 선택할 수 있기에 취미를 정하는 순간은 언제나 가벼운 흥분과 기대감이 따른다. 누구나 원하는 취미를 가질 수 있다. 그러나 하나의 취미를 갖고 꾸준히 즐기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는 취미생활에 집착했다. 자동차 대리점의 영업사원이었던 그는 회사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취미생활로 풀고 싶어 했다. 좋아 보이는 취미는 뭐든 시도했다. 틈만 나면 기타 레슨을 받고, 탱고화를 신고 스텝을 밟기도 했다. 남들과 견주어 못한다고 느끼는 취미는 포기도 빨랐다. 그러다 보니 취미를 갖기 위한 노력들이 오히려 그에게 스트레스가 됐다.
그는 취미가 없어서 스트레스를 받는 게 아니라 연애를 안 하는 게 더 큰 문제라고 생각했다. 아무리 좋은 취미라도 혼자 하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여기고, 매주 소개팅에 나갔다.
몇 번의 소개팅 끝에 그녀를 만나게 됐고, 둘은 빠른 속도로 가까워졌다. 두 사람이 사귀기 시작한 지 백일도 안돼서 그가 나를 찾아왔다.
"요즘은 어때? 취미보다 연애가 더 좋지?"
"지금은 취미생활하던 때로 돌아가고 싶어요!"
"왜 무슨 일 있었어?"
"여자친구 취미 때문에 힘들어요."
"취미를 갖고 있는 게 무슨 문제가 되는 거야? 대체 어떤 취미길래?"
"여자친구 취미가 캠핑이에요."
"캠핑은 독특한 취미가 아니잖아?"
"저도 그런 줄만 알았죠. 자연에서 신선한 공기도 마시고, 고기도 구워 먹고 좋을 줄만 알았죠. 그런데 저랑은 맞지 않는 취미인 줄은 몰랐어요."
"어떤 점이 안 맞는데?"
"여자친구는 오지에서 비박하는 걸 가장 좋아해요."
"비박이면 산에서 밤을 지내는 것 말하는 거야? 텐트도 없이?"
"텐트는 갖고 다녀요. 그렇게 위험천만하게 다니진 않는데... 텐트만 치고 산속에 있는 게 제에겐 너무 힘들어요."
"여자친구는 너와 만나기 전에도 취미생활로 비박을 즐긴 거지?"
"네. 비박 동호회 사람들이랑 함께 다닐 때도 있고 어쩔 땐 혼자서 다닐 때도 있었다고 해요."
"혼자서 산에서 야영하면 안 무섭대?"
"무섭기는커녕 즐기는 것 같더라고요. 주말에 함께 캠핑을 간 적이 있었어요. 지정된 캠핑장이었는데 저희 말고는 아무도 없었어요. 산 속이라 빠르게 어두워지더라고요. 여자친구는 한두 번 산에 온 게 아니어서 그런지 모든 게 능숙했어요. 전 태연한 척했지만 계속 신경이 쓰였어요. 언제 산짐승들이 나타날지도 모른잖아요. 텐트에서 누웠는데 바스락 거리는 소리만 들어도 소름이 돋아서 잠을 잘 수도 없었어요. 여자친구는 아랑곳하지 않고 잘 잤고요. 지금 생각해도 오싹해요."
"여자친구에겐 즐거운 취미생활이 너에게 힘든 일이구나."
"제가 안전에 대해 많이 민감한 편이거든요. 몇 년 전에 집에 도둑이 들었는데 외상 후 스트레스로 상담까지 받았던 경험도 있고요."
"자고 있는데 도둑이 들었던 거야?"
"아니요. 제가 집에 없을 때였는데... 누군가 집에 침입했다는데 너무 찜찜한 거예요. 매일 친구들을 불러서 함께 있었어요."
"겁이 많이 편이니?"
"무서운 걸 즐기지 않는 편이죠. 맞아요. 겁도 많은 편이고요."
"여자친구는 겁이 없고."
"여자친구는 위험하고 무서운 게 재미있나 봐요."
"비약이 너무 심하다!"
"여자친구도 똑같은 말을 하더라고요. 그것 때문에 다투기도 했어요. 위험한 건 위험한 거죠. 산에 캠핑하다가 뱀이나 멧돼지를 만날 수도 있잖아요."
"여자친구가 야간산행을 하고, 허가받지 않은 곳에 텐트를 치니?"
"그런 건 아니에요. 단지 그런 취미를 가진 걸 이해할 수 없어요."
"이해할 수 없는 것보다 이해하기 싫은 거 아니야?"
"솔직히 이해하고 싶지 않은 마음도 커요. 캠핑 좋아하는 사람들도 이상하고요."
"여자친구는 너와 사귀기 전에도 사람들하고 자주 캠핑 다녔다고 했지?"
"동호회 사람들하고 자주 다녔어요. 작년엔 그 사람들이랑 네팔 트레킹도 다녀왔고요."
"거기에 남자들도 많지?"
"대부분이 남자죠. 여자는 드물어서 인기가 좋았다고 말하기도 했어요."
"그 말 듣고 더 신경 쓰였겠다?"
"신경 쓰이죠!"
"동호회 남자들이 더 위험하다고 느꼈지?"
"당연하죠. 남자들을 어떻게 믿어요... 산짐승보다 더 위험하죠!"
"그랬구나. 이제야 알겠다. 네 마음 충분히 이해할 거 같아. 여자친구는 취미생활 한지 얼마나 됐어?"
"학교 다닐 때도 산악부를 해서 벌써 8년째라고 했어요."
"그럼 꾸준한 취미생활네.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앞으로도 계속할 테고."
"그렇겠죠. 그럼 전 어쩌죠?"
"너는 여자친구가 8년 동안 해온 취미생활을 그만뒀으면 좋겠니?"
"위험하니까. 그만뒀으면 좋겠어요."
"그 취미가 너무 위험해서 그만 두길 바라는 거야? 아니면 네가 즐길 수 없는 취미라서 그런 거야?"
"둘 다요."
"그럼 만약 네가 즐기고 잘하는 취미였다면 어땠을 거 같아?"
"함께 다녔겠죠."
"여자친구도 똑같이 생각하고 있지 않을까? 너와 함께 즐기길 바라고 있을 거야."
"물론 같이 즐겁길 바라겠죠."
"그런데 너는 네가 좋다고 생각하는 것만 강요하잖아?"
"위험하니까 그런 거죠?"
"그럼 매일 운전대 잡는 넌 안전한 건가? 운전이 취미인 사람도 있잖아?"
"그건 다른 거잖아요?"
"맞아. 다른 거야! 각자 생각이 다른 거야. 세상에 모든 걸 위험하다고 생각하면 위험 해. 내가 억지를 부리려는 건 아니야. 실제로 위험한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도 있으니까. 그런데 그 사람들에겐 그게 위험한 일이 아니란 거야. 오히려 즐거움이고 재미인 거지. 그저 좋아하는 취미생활을 하는 거잖아. 취미라는 게 자기 취향에 따라 가볍게 선택하는 거니까."
"그건 그렇지만... 대체 왜 그런 게 즐거울까요?"
"취향이 달라서 그런 거지... 다른 걸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게 문제야. 네가 좋아하고 아끼는 사람이 네가 별로라고 생각하는 걸 좋아하고 즐기는 거뿐이야. 그걸 보는 게 넌 싫은 거고."
"그럼 생각을 바꾸면 되나요?"
"억지로 생각을 바꾸는 건 불가능해!"
"그럼 어떡하면 되죠?
"노력해 봐야지. 여자친구가 좋아하는 취미에 대해서 더 자세히 알아봐야지."
"알아봤어요. 아니 경험해 봤어요. 더 알아야 하나요?"
"더 알아야지. 대신 단기완성처럼 알려고 하진 말고. 내가 가능한 선에서 조금씩 노력하는 거야. 예를 들면 여자친구에게 양해를 구하고 낮에 캠핑을 다녀올 수 있잖아. 공원 캠핑장은 도심 한가운데 있어서 관리요원도 있어서 안전하잖아. 무조건 위험하다고만 생각하는 마음을 떨쳐 버리고 여자친구와 함께 하는 캠핑에 집중해 보는 거지. 무리하지 않을 선에서 조금씩 노력하는 게 좋을 거 같아. 여자친구는 벌써 8년이나 그 취미생활을 한 거잖아. 넌 취미를 가지려고 노력했지만 그런 취미가 생기진 않았고."
"취미를 가져보려고 노력해 봤는데 쉽게 안 돼더라고요. 조금 하다가 금방 질려버리거나 다른 사람에 비해서 떨어진다고 생각하면 쉽게 포기가 됐어요."
"취미라는 게 원래 그렇지. 모든 재미있을 거 같고 조금만 하면 잘 할 것만 같은데 마음처럼 쉽지 않은 거니까."
"이해하려고 노력하면 잘 될까요?"
"여자친구가 좋아하는 취미에 대해서 더 자세히 알려고 노력해봐.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도 들어보고. 더 잘 알게 됐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에겐 그 취미가 맞지 않을 수 있어. 그때는 함께 할 수 있는 다른 취미도 찾아보면 좋을 거 같아. 그게 여자친구에 대한 관심이고 사랑이야. 네가 그 사람에 대해 갖고 있는 애정이지. 취미는 취미일 뿐이잖아. 사소한 것을 크게 볼 필요는 없어. 함께 할 수 있는 게 훨씬 더 많아. 아직 그 방법을 모르는 거뿐이야."
"함께 할 수 있는 다른 건 상상도 못했네요. 노력해 볼게요. 사소한 것에 집착하지 않고!"
모든 사람들이 세상을 바꾸겠다고 생각하지만, 어느 누구도 자기 자신을 바꿀 생각은 하지 않는다.
-레오 톨스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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