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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엠 Jul 07. 2024

치킨 랩소디

오늘은 어떤 코드도 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서 오랜만에 책상이 아닌 소파에 앉아 아무 생각 없이 TV를 봤다. 이것저것 돌려보던 중 너무나 맛있어 보이는 치킨을 무려 백종원 씨가 먹고 있어서 무한한 채널 돌리기를 멈추게 됐다. 방송 이름은 다큐인사이트 치킨 랩소디. 첨엔 '와 맛있겠다'라는 생각에 아무 감흥 없이 보고 있었는데 보면 볼수록 이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준비한 제작진들이 부러웠다. '치킨'이라는 하나의 주제에 진심인 그들의 연구와 집중, 풀이가 정말 탄탄해 보였기 때문이다. 


치킨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미국 아프리카계의 식탁에 자주 올라오던 치킨이 우리나라에서 시작된 건 1971년 명동의 전기구이통닭이라고 볼 수 있었다. 그전까지 치킨은 주로 삼계탕에 쓰였던 재료였고 심지어 우리나라는 치킨보단 꿩을 더 많이 먹었다고 한다. 어느 날 맛있는 치킨을 먹으면서 과연 조선시대, 그전 시대에도 치킨이 있었을까라고 사람들하고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실제 치킨의 시작이라고 하는 전기구이통닭이 생긴 게 1970년대라니.... 기름이 풍부하지 않던 시절, 1970년대에 콩기름을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이 생기면서 전통시장에서부터 치킨이 보편화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리고 확산과 판매에 불을 붙인 건 KFC의 등장이다. KFC를 가장 많이 찾은 손님은 20대 여성이었다고 한다. 이유는 그 시절 맛있는 부위는 오빠나 아빠에게 양보를 해야 했기 때문에 20대 여성들이 닭다리, 닭날개를 따로 구매해서 먹을 수 있었던 KFC를 찾았던 것이다. 


치킨도 처음 한국에서 생겼을 땐 센세이션 했겠지만 그 뒤로 흔해진 치킨은, 결국 '치킨'이라는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닭의 크기, 튀김옷 두께, 기름의 종류, 반죽 성분, 기름 온도 등 차별화할 부분을 연구하고 자신만의 레시피를 만들어 사람들을 설득한다. 내가 지금 하는 연구도 마찬가지지 않을까? 결국 미묘한 한 끝 차이.


나는 경쟁을 싫어한다. 경쟁을 해야 하거나 서로를 견제해야 하는 일을 되도록 열심히 피한다. 하지만 최근 누군가가 그런 모습이 자신감 없어 보일 수도, 나의 실력을 향상할 수도 없다고 조언을 한 적이 있다. 그 말을 들은 후 마음을 다시 다잡었지만 그러다 보니 괜히 마음이 심란해졌고 모든 게 다 신경에 거슬리기 시작했다. 이런 마음이 싫어서 계속 피했던 건데....


하지만 오늘 치킨 랩소디 다큐를 보면서 결국 생존을 위해서는 매우 작은 부분이지만 나만의 것을 찾아 확실하게 부각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치킨도 남들이 보기엔 적어도 나는 프라이드치킨은 다 같다고 생각했었는데 저마다의 레시피가 다 다르지 않은가. 


보는 내내 나도 내 주제를 지금 보는 치킨 랩소디처럼 시계열로, 그리고 분야별로, 재미있고 다양하게 풀어내고 싶다는 생각이 너무 많이 들었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심란한 주말 밤, 치킨 다큐를 보면 연구 주제를 고민하는 나 자신을 위로하며 치킨은 무리고 맥주나 한 캔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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