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한 가지 AI만 쓰지 않는다.
검색할 때 쓰는 AI가 있고, 생각을 정리할 때 쓰는 AI가 있고, 내가 놓친 게 없는지 다시 물어보는 AI도 있다. 처음에는 그저 편해서였는데, 어느 순간 이런 느낌이 들었다.
“어? 내가 여러 명의 어시스턴트를 데리고 일하는 것 같은데?”
한 명은 자료를 모아 오고, 한 명은 그걸 구조로 만들어주고, 또 한 명은 “이 논리 괜찮아?” 하고 다시 묻는다.
나는 질문을 던지고, 방향을 정하고, 마지막 판단만 한다. 그러다 보니 내가 뭔가 작업자가 아니라 조율자가 된 느낌이 들었다.
질문하는 사람이 아니라, 역할을 나누는 사람이 되다
예전에는 AI에게 이렇게 물었다.
“이거 알려줘.”
“이거 정리해 줘.”
요즘은 질문이 조금 달라졌다.
“너는 자료를 최대한 넓게 찾아봐.”
“너는 이걸 한 문단 구조로 정리해.”
“너는 이 논리에 허점이 있는지 봐줘.”
AI가 똑똑해졌기 때문만은 아니다. 내가 AI를 대하는 방식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AI는 하나의 도구라기보다, 역할이 분화된 여러 명의 보조 연구원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일이 빨라졌느냐고 묻는다면
물론 빨라졌다. 하지만 더 크게 달라진 건 속도가 아니라 사고방식이다. 모든 걸 혼자 떠올리고 정리하려고 애쓰지 않게 됐다. 대신 “이 단계에는 어떤 역할이 필요하지?”를 먼저 생각한다.
정보 수집, 정리, 검토. 사람이 팀을 꾸릴 때 나누는 그 역할을, 지금은 AI에게 나누고 있는 셈이다. 그 과정에서 나는 계속 질문한다. 이 방향이 맞는지, 이 결론을 써도 되는지, 어디까지가 가설이고 어디부터가 판단인지. AI가 대신 생각해 준다기보다, 내 생각을 밖으로 끌어내 주는 느낌에 가깝다.
AI를 많이 쓸수록, 사람의 역할은 사라질까?
여러 AI를 쓰다 보니 오히려 반대라는 생각이 든다. 결정은 여전히 내가 한다. 무엇을 버릴지, 무엇을 남길지, 어떤 문장을 쓰지 않을지는 AI가 아니라 사람이 정한다. AI는 제각각 다른 답을 내놓기도 한다. 그럴 때 불안해지기보다는, “아, 여기 점검해야 할 지점이 있구나”라고 생각하게 된다. AI의 불일치는 오류라기보다 검토 포인트를 드러내는 장치에 가깝다.
그래서 요즘의 나는
AI를 잘 쓰는 사람이 되기보다는, AI에게 일을 나눌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혼자 일하지만 혼자가 아닌 상태. 빠르게 답을 얻기보다, 판단의 질을 높이는 방향. 여러 AI를 쓰다 보니, 어쩌면 나는 조금씩 리더의 자리에 서고 있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