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감

초록에 대하여

by 김초록


단독주택이 하나 꽉 찬 30평 남짓 대지는 그야말로 욕심이 없는 단정한 단층집이었다. 남편이 대학생 때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부산에서 서울로 직장을 옮기고 구한 그 집에 소박하게 감나무 한그루를 심었을 뿐이었는데 수십 년이 지나자 감나무는 소박한 대지에는 어울리지 않는 한 아름이 되었다. 사실 그만큼 밑동도 그리 굵지 않았지만 영그는 과실의 수와 맛은 작은 고추가 매운 격이었다.

아무도 살지 않는 옛집, 마당이라고 부르기도 모호한 공간에 감나무는 해가 거듭될수록 잎사귀를 수북이 떨궜고 문제는 옆집에도 그렇게 낙엽이 넘어간다는 것이었다. 여름이 되자 나뭇가지에 손톱만큼 맺은 귀여운 감 열매는 장마에 옆집 지붕 위로 떨어졌는데 지대가 조금 낮은 옆집의 지붕으로 낙하하는 열매는 마치 우박을 연상케 했다. 재작년 할머니마저 돌아가시자 옆집은 그간의 피해를 참아왔다며 감나무를 베어달라 성화였다.

결혼 후 할머니께서 몇 해 주셨던 대봉감을 보며 서울 어느 곳의 앞마당에서 이런 대봉감이 열리겠냐고 좋아하던 친정아빠에게 나무를 보여주고 나서야 나는 나무 베어냄에 동의를 할 수 있었다. 처음엔 딱 넘어간 만큼만 잘라달라고 조경수에게 요청했지만 막상 자르고 나니 감나무 역시 위태로워 보였고 뿌리 째 어디 옮겨 심을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으며 우리가 그 집에 거주하며 관리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으므로 웃돈을 더 주고 하루 지나 과감하게 감나무를 베어냈다. 글을 쓰는 지금도 속이 타고 그 여름 참 오래 마음을 앓았다. 그때 나는 그해 대봉감이 되었을지도 모르는 여름날의 작은 연두색 감을 몇 알 주워왔다. 오래 간직하고자 보존용액을 구매해 작은 병 속에 담가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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