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을 본 기억

초록에 대하여

by 김초록



동네 안과의 소견서로 상급병원의 안과에서 진료를 받게 되었다. 세 가지의 검진을 받는 내내 약 70여 명의 대기자를 거쳤다. 산동제를 넣어 확장된 나의 동공은 점차 앞을 뿌옇게 만들었고 눈을 시리게 했다. 대기 의자에 앉아서 수많은 안과 질환자를 만나면서 수많은 생각이 스쳤다. 진료실 문 옆 당한 크기로 보이는 대기자 명단 전광판이 보이지 않아 안경을 위로 치켜들고 가까이 눈을 대어 확인하는 환자를 보았다. 수많은 몸의 기관 중에 눈의 건강에 대해서 심각하게 생각해본 일이 없다. ‘앞이 깜깜한 상태’의 극단적인 상상은 했어도 점진적인 시력 저하의 끝을 상상해 본 일이 없었다. 사람이 살아감에 있어서 남이 겪는 일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은 그 가까이 가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 자신이 되어보지 않고서야 온전히 알기 힘든 것이야 당연하지만 그 언저리에만 갔더라도 공포감은 더 미세하게 늘고 생에 대한 겸허함의 농도는 짙어진다. 산동제의 영향으로 눈의 불편함이 이어지자 이내 나는 대기실 의자에 앉아 등을 기대고 눈을 감아버렸다. 눈의 불편함에 대해 생각해본다. 내가 그동안 눈을 어떻게 썼는가에 대한 기억들이 지나간다.

칠판이 초록색인 이유는 눈의 피로감을 덜기 위함이라고 했다. 우리는 학창 시절 칠판을 그토록 보면서 얼마나 눈의 편안함을 얻었을까. 무의식 중에 수많은 이정표를 보면서 안정감을 느꼈나. 그 효과가 미미했더라도 방해하지 않는 색으로서 초록의 힘은 아무래도 그런 존재이겠지. 편안함. 신경쓰지 않아도 내 시야에 머무르고 있다면야 안녕함을 주는 그런, 대단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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