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에 대하여
(앞 편과 이어지는 글)
마지막 열매였던 여름의 작은 감 몇 알을 보존용액으로 보존하기로 했다. 식물 보존 방법을 찾아보았다. 요즘엔 컬러 안개꽃을 건조한 뒤 보존용액을 넣어 인테리어 장식품으로 만드는데 그것은 하바리움이라는 용액이었다. 이것을 사기 전까지 빠른 검색과 구매가 필요했던 이유는 파릇한 연둣빛의 싱그러움이 담긴 이 열매가 하루가 다르게 시들었기 때문이었다. 다이소에 가서 예쁜 유리병을 찾았다. 결국 제대로 찾아보지 못한 채 어렴풋이 조사한 방식대로 감 열매를 하바리움에 담았다. 그런데 반년도 채 되지 않아 카키색이 되었다. 건조하지 않은 채 수분이 가득한 열매를 있는 열매를 보존용액으로 담가 그런 것 같다. 연두. 있는 그대로 날것의 식물을 빛, 흙, 물, 공기 없이 오래 두고 보려 했던 나의 어리석음이 여실히 드러난 결과물이다. 그렇지만 연두를 보존할 수 있는 방법이 있었을까? 지금으로서는 감을 보존한 유리병이 흉물로 되어가는데도 나는 버릴 수가 없다. 이 대로 썩어가는 한이 있더라도 한때 연두 감 열매는 쉽사리 처분할 수 없는 존재가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