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문에는

초록에 대하여

by 김초록



내 집에서 좋아하는 부분을 꼽자면 안방의 창가다. 창은 베란다 형태의 큰 문이고 베란다는 있지만 큰 이불을 너는 용도로만 써 대부분 텅 비었다. 창 밖으로는 어린이놀이터의 큰 은행나무가 있어 커다란 창에 나무 지분만 가득하다. 나는 집의 이 부분이 좋아 이 집을 선택한 것도 있다. 하지만 생각보다 커튼을 걷고 창밖을 바라보는 일은 없었다. 베란다에 널어둔 이불을 잊어버리고 살 정도였다.

엊그제 거의 한달은 널어둔 베란다의 이불을 거두었다. 이미 한참 지났지만 은행나무에 실오라기 하나 없는 것을 보니 아무 결실없이 흘러간 지난 날을 떠올리게 하는 것인지. 나에게 창 밖의 풍경이 이런 기능을 했었나, 쓸쓸한 마음이 들었다. 곰곰히 생각하니 그런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하나의 나무를 계절 내내 바라봄에 있어 가장 큰 기능을 한다면 절망도 희망으로 변모할 수 있다는 깨우침을 준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나였다. 사계절 기후 속에 살고 있는 자의 특권이기도 한 것이다.

죽은 것 처럼 보이는 앙상한 나무였지만 시간이 지나면 관찰한 사람만 알 수 있을 정도로 좁쌀만큼 작은 초록의 새싹을 보여준다. 그리고 사람들은 온도의 변화로 계절을 깨닫게 될 때가 오는데 그 때가 되면 세상은 어느 새 연두빛이 만연하다. 그제서야 우리는 희망을 배운다.

커튼을 치고 동굴인 듯 어둡게 살고 있었어도 나를 잊지 않고 있다는 듯, 언제나 변함 없이 기다리고 있는 초록이 있다. 계절에 온몸을 맡기고 새로운 싹과 푸르름을 아낌없이 뽐내다 때가 되면 색이 바래고 지는 모습을 숨김 없이 보여주는 나의 나무와 창이 무척 든든하다.




이전 05화병 속에 담기지 못한 연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