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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초록 May 29. 2023

스몰톡

  근래 너무 중요한 이슈들만 내 일상을 감싸고 있는 것 같다. 친구가 시험관을 하느라 대학원은 완전 뒷전이라고. 학교 다니는 것도 잊어버렸다고 하는 말에 '인생 중대사가 걸렸는데 대학원이 대수냐' 말했던 나였다. 나도 그런 처지라 일도 쉬는 김에 엄청 잘 쉬어야지! 했는데 동시에 앞으로 어떤 일을 하는게 가장 좋을지, 덕업일치를 노려보던 찰나. 또 새로운 좋은 기회가 내 앞에 등장했다. (좋은 기회 맞을까) 거의 내 인생의 새로운 중대사다. 


  그러고 보니 짝궁과 나는 몇년 간 농따먹기 할 틈이 없었다. 그럼에도 우리 일상에는 가벼움이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기능을 한다는 건 본능적으로 아는 건지, 우린 밥 먹을 때 거의 유투브 개그코드를 찾아서 함께 보고 웃는걸 부러 하고 있었다.


  인터넷 커뮤니티들 둘러보다가 '대화가 쉬워지는 스몰토크 주제.jpg'라는 걸 봤다. '스몰톡'이라는 단어가 날 사로잡았다. 내가 정말 못하는 건데 하면서. 공통점 찾기, 취향, 근황정보, 디테일, 여행 취향, 음식 별로 10개 남짓 작은 주제가 세분류 됐다. 이런 이야기를 언제 했던가. (20대 학교다니던 시절 많이 했던 것 같네) 

회의 스킬의 중요성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는 요즘인데 스몰톡이 사실 빅토크(?)로 가기 전 가장 좋은 관문 같더라는 생각이 들더라.


  나름 프리랜서로서 여기 저기 회의에 참석할 때도 발언권이 거의 없던 위치, 발언권이 주어지면 거의 발표수준이 되니 좋은 회의를 본 적이 없는 것 같았다. 이런 스몰톡을 잘하는 사람은 활달하고 발랄한 사람처럼 보여서 동경했던 기억도 난다. 지금 그 스몰톡 주제를 다시 찾으려고 보니까 무려 '스몰톡 책'도 출간이 되어있다.

학창시절 남들 앞에서, 낯선 사람들과 말 트는 것에 버거움을 느꼈는데 그때 이런 대화의 중요성을 알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난 이렇게 가벼운 주제로 이야기하는게 좀 별로였던 기억이 있다. 쓸모 없는, 관심도 없는데 어색함만 무마하려는 대화라고 생각했다. 비관적이었네. 사실 연애도 못하는데 내가 저런 주제로 이야기를 꺼내면 내가 관심있다고 생각하는 이성을 몇번 본 적이 있어서(아직도 극혐) 특히 이성과의 대화는 더 섞기 싫었던 것 같다. 그 정도로 나의 인상이나 정서는 무거운 편이었고 진지했기 때문일거다.


어쨌든 나의 20대는 스몰톡이 이러나 저러나 어려웠다 싶으니 이제라도 스몰톡을 열심히 구현(?)하는 아줌마로 거듭나고 싶어졌다.


일상을 더 가볍게 살고 싶다.

어려운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

요즘 나를 감싸고 있는 무거운 주제로부터 달아나고 싶은 마음도 있고.




202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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