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가수의 음악이 너무 좋으면, 콘셉트가 궁금해지면 뮤직비디오까지 찾아서 보곤 한다. 이번엔 BIBI의 신곡 'BAD SAD AND MAD'가 궁금해서 유튜브에서 찾아보게 됐는데 그러다가 몰랐던 다른 신곡, '인생은 나쁜 X (Life is a Bi...)'라는 뮤비까지 보게 됐다.
첫 장면이 교복을 입은 주인공이 잔디 운동장 위를 걷고 있는데 누가 앞질러 뛰어가서 뒤를 돌아보니
많은 불특정인들이 앞을 향해 달려오고 있는 것이었다. 당황한 주인공은 그들과 같이 달리기 시작한다.
헉헉거리면서 뛰다 보니 계속 혼자 달리고 있는데 코피가 난다. 그러다 장면이 바뀌고 알바를 열심히 하다가 범죄까지 저지르는 상황이 나온다. 결국 인생이 어느 순간 망가지게 되고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이르고 '왜 나만, (주어 없음) 싫어' 울부짖으며 결국 광기에 이르는 주인공. 다시 달리는 장면으로 돌아왔을 땐 교복은 벗고 노숙자 차림의 주인공이 힘 없이 달리고 있는데 여전히 그 뒤로는 불특정인들의 뜀박질이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주인공은 곧 쓰러져 자빠진다.
이렇게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두 달리는 장면이 우리 사는 사회를 직관적으로 표현하는 것일 테지만 사실 '모두가 달리기'를 하는 것에는 크고 작은 서사가 내포되어 있을 거다. 나에겐 요 근래 나 빼고 모두 코인과 주식의 세계로 달려 나가는 내 상황 같아 보였달까. 많이 잃은 자들은 굳이 말을 꺼내지 않아 주변에 사례로서 알지 못하는 것일 테지만 유독 코인으로 몇 배를 불린 사람들이 케케 주변에 많아서 뛰지도 걷지도 않는 주저앉은 우리라는 기분이 들었다. 주식도, 코인도 전무한 우리는 바보같이 사는 사람처럼 느껴졌으니까. 그렇다고 공무원처럼 연금이 보장되어 있는 직장인도 아닌데 우리의 삶은 이래도 되는 것인가 조급해졌다.
예전엔 엄마가 착실하게 돈 벌어서 정직하게 살라고 했는데 요즘은 그렇게 살고자 하는 마음을 자신 있게 먹을 수도 없을뿐더러 되려 그리 말하면 바보 천치 소리 듣기 쉽다. 그런데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고 해서 요리조리 영리하게 돈을 굴리며 살 수 있는 궁리가 있는 것도 아니고 결국 대다수는 착실하게 돈 벌어 정직하게 살 수밖에 없는 바보 천치가 되어버리는 현실이라는 거다. 비비 뮤비에서는 사실 머리를 굴리려다가 빠르게 나락으로 떨어졌을 수도 있긴 하다.
빠르게 나락의 길로 갈 수도 있는 것이 사실 주식이나 코인이긴 한데. 모든 이들이 선망하는 건물주, 아니 '불로소득'에 대한 동경심이 이렇게 타인에 의해 스멀스멀 올라오는 것도 조금 억울한 기분이 들기도 하네. 마음이 흔들리면 언제나 원점으로 돌아올 수 있는 코어의 힘을 길러야 하거늘.
그런데 이 글의 반전은 결국 내가 얼마 전에 퇴직금의 약 1/5으로 삼*전자를 샀다는 이야기다. 케케는 내가 주식을 사겠다는 말을 했을 때 그랬다. 우리가 2세가 생기고 나이가 들어 아무것도 물려줄 게 없을 때 (....) 주식을 줄 수 있도록 하는 용도로 쓰자고 (조금씩 적금처럼 넣고). 그 말인즉슨, 그 정도로 묵히자는 이야기고 그 정도로 우리의 경제적 상황이 넉넉하지 않다는 말이기도 했다. 음. 하... 자본주의에서 살기 힘들다. 모두가 쉬지 않고 달려야 하니까. 아니 정확하게는 계속해서 진화하는 자본주의에 발맞춰 안전하게 살기 너무 힘들다. 그렇지만 자본주의체제 아닌 곳에서는 안 살아봄.
2021.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