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을 예전만큼 듣지는 않는다. 일정하게 다니는 곳이 딱히 없으니 스트리밍앱을 알뜰요금(듣는 만큼 내는)으로 변경할 만큼 음악을 듣지 않아서도 있고 감정을 음악에 의존하지 않기도 해서다. 그렇지만 나름대로 꾸준히 듣는 곳이 있다면 유화반이다. 그것도 내가 선곡을해서.
사심과 대중의 만족도를 위해 클래식으로 선곡했는데 그 무수히 많은 클래식 중에 나의 주관에 의한 선곡은 라흐마니노프, 임윤찬의 리스트, 쇼팽, 베토벤 협주곡 정도였다. 특히 모차르트는 내 선곡표엔 없다. 클래식 속에서도 아직 좁은 나의 세계랄까. 듣다보니 생겨난 것인데, 좋아서 또 듣다보니 지평이 쉽게 넓혀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관심이 미미했던 곡들은 주로 베토벤과 모차르트였다. 특히 모차르트는 내 귀에는 화려한 사교춤을 위한 곡으로 들려서 재미가 없었다. 그런데 지난 주엔 유화반 수업때 프로그램 관계자가 와서 뭘 손본다고 하다가 켜놓고 간 아이유 음악을 통해 컴퓨터를 켜고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동안은 내 휴대용 스피커를 썼다) 그렇게 난 유튜브를 통해서 '한국인들이 사랑하는 대표 클래식'이라는 영상을 켰다. 그러다가 자동으로 모짜르트곡으로만 채워진 영상으로 넘어갔는데 어떤 수강생 분이 '오늘 듣는 곡이 지금까지 중에 제일 좋았다~ 역시 반장님'이라고 하셨다. 내가 선곡한 줄 아신 것이다.
모두의 취향이 다르다는 것을 안다. 그런데 이 지점에서 이 분야에서도 내가 내 사심만 채우려고 했다는 것이 드러난 것 같아서 좀 부끄러웠다. 편안한 곡은 단순하고 즐겁다. 아무래도 난 클래식을 감정의 투영을 위한 도구로서 대했다. 의외로 클래식을 편안함, 즐거움, 햇살을 함께 즐기는 것과는 거리가 있고 나의 불안과 걱정을 태우는 용도로 만끽했다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알고는 있었지만 내 선곡표들은 대체로 기승전결이 분명하고 꽤나 심오한 편. 그래도 클래식은 클래식이라 편안함으로 친다면 평균치는 할거라고 생각하고 선곡해왔는데 어쨌든 고르지 못했던 것이다. (그리고 악장 모두 들으면 곡이 40분씩 되고 그러니까, 그다지 곡이 겹치지 않을것이라고 생각한 안일함) 그렇지만 이러나 저러나 어떠하리. 나도 언젠가 모차르트가 좋아질 날도 오지 않겠는가.
아무튼 나에게 '클래식 음악'이란 새로운 지평으로서 발을 넓혔다고 하더라도 어느 곳이든 발을 들여도 그 속의 폭과 깊이는 새로운 시작이다. 이런 자각은 꽤나 즐겁다.
2023. 2.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