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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다시 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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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초록 Jun 06. 2023

초보에게는 이런 복병이



  지난 주에 어물쩡 자유형과 배영 영법을 넘기고 평형 다리 자세를 배웠다. 초보반은 정신이 없다. 자세 코칭을 받느라 숨이 가쁠 틈이 별로 없다. '어물쩡'이라는 단어를 쓴 이유는 안정된 루틴이 있는 것이 아니라 판을 잡고 움파 발차기로 시작했다가 갑자기 끝물에 자유롭게 팔도 돌리며 배영도 하다 50분이 끝나고 그 다음 수업에서는 배영을 한답시고 또 팔돌리기 배영은 해본적 없는 사람처럼  잡고 배영 발차기만 돌고오는 날도 있었기 때문이다.


1. 평형


  배우는 나도 정신이 없는 이유는 뭘까. 조금의 불만이 쌓여가던 중, 어느 금요일 저녁 나를 포함해서 수강생이 3명이던 날이 있었다. 그 날 선생님은 평형을 해보자고 했다. 셋이 판을 잡고 다리 자세를 잡아보는데, 가장 몸이 뻣뻣해서 힘들어했던 중국인 분이 가장 평형을 잘했다. 그 분은 그 날 판도 빼고 평형을 했고 (알고 보니 중국은 평형>자유형>배영>접영 순으로 수영을 배우고, 중국에서 평형까지는 배웠다고 했다) 그나마 우리 반에서 수영을 좀 했다던 2인인 나와 어느 분은 허리춤에 차는 보조도구까지 사용해서 평형을 배웠다. 어릴 때 5년간 수영을 하며 평형까지는 '익혔다'고 생각했고 '가장 쉬운 동작'이라고 생각했던 나였기 때문에 배우긴 했다며 선생님 앞에서 했다가 '내가 이런 날이 올 줄 알았다'며 웃는 선생님. 망신이라면 망신이었던 것 같다. 선생님이 '이런 날이 올 줄 알았다'고 웃은 이유는, 몸에 힘을 잔뜩 주고 수영하는 중국인 그 분과, 어릴 적 수영 좀 배웠다던 수강생이 크게 대조되어 그렇게 보였을 것이라 이해가 되었다. 중국인 수강생은 정석대로 성실히 자세잡는데 신경을 쓰고 몸에 힘은 많이 들어가지만 다회 연습을 거쳐 몸에 힘이 풀리면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했다.


아무튼 나는 개구리 자세라고 쉽게 생각하던 평형에서 발목의 각도가 생각처럼 꺾이지 않아서 다리에 쥐가 나려고 했다. 선생님은 물 위로 올라와 푹신한 매트를 깔고 그 위에 무릎을 대고 엉덩이를 붙여 앉아보도록 시켰다. 나는 엉덩이가 바닥에 닿지 않았고 무진장 고통스러웠다. 앞으로 이 평형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 것일까.. 항상 접영이 진입장벽이 높다고만 생각했었는데..


선생님은 수영선수도 모든 영법을 잘하지 않는다고, 특히 평형을 잘하는 사람은 평형만 잘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말을 참 예쁘게(?) 북돋아주는 선생님이 좋았다. 그런데....


2. 선생님 교체


6월. 달이 바뀌고 선생님이 바뀌었다. 다시 나의 실력에 대한 검증을 해야했다. 그래도 새로운 수강생 중에 나와 실력이 비슷한 분들이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새로운 수강생 사이에서 실력 가르기 통해서 평형에 대한 장벽이 더 높아지는 건 아닐지 우려가 되기도 하고. 새 선생님의 텐션과 코칭이 낯설어서 앞으로가 좀 걱정이 된다.



초보는 초보여서 우왕좌왕 하게 되는 것 같다. 초보는 몇 차례는 겸손의 과정을 통해야 진정한 자기 실력을 가져가는 것 같다. 중급은 적어도 자기 실력 파악이 되었기 때문에 선생님이 바뀌어도 코칭에 자기를 맞추면 될테니까 말이다. 그렇지만 확실한건 속도와 실력 차이 등등으로 불만을 가졌던 내가 부끄러울만 했다는 것이다. 나는 초보가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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