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꿍의 유튜브 뮤직 셔플에서 'doja cat- say so'라는 음악을 처음 듣게 됐다. 인상 깊어서 두번 듣고 세번 듣다보니 어느새 내 스트리밍 음악어플에도 재생목록에 추가하고 들으며 흥얼흥얼 입에 붙게 됐다. 역시나 이 팝의 가사와 가수까지도 궁금해졌다. 너무 놀랐다. 여리여리한 음색이라 작고 귀여운 듯한 멜로디에 그렇지 못한 가수의 이미지와 가사. 그건 되려 큰 매력이긴 한데 이 가수의 행보가 정말 별로다.
극우 백인우월주의 채팅방에 활발하게 참여하였다는 사실이었다. 심지어 2020년 5월16일까지. (이 날은 빌보드 싱글 차트에서 1위를 한 날이라고 한다) 이 외에도 흑인, 동양인 비하하는 가사도 썼다고 한다. 인종차별에 대해 사과는 했다고 하지만 이후에 또 그녀를 비난하는 사람에게 성희롱적 욕설을 댓글로 다는 등의 자중치 않는 행동을 보였다.
내가 듣는 음원어플에서 곡 상세보기를 누르니 사람들읟 댓글을 더 볼 수 있었다. 1만 7천 3백여명이 '곡 좋아요'를 눌렀고 101개의 댓글이 달렸는데 댓글중 하나가 '진짜 얘가 인종차별적인 발언한거 아무도 모르네'였고 대 댓글로 '장점만 바라보려는 것이 아닐까요? 너무 그 사실만 말하면 댓글창이 안좋은 얘기만 써질 것 같아요. 그렇지만 도자캣이 잘못한건 진짜 심각해요 정말 나쁜놈이지만 곡은 미워하지 말까봐요' 라는 것이었다.
예술가들의 과오가 작품에 어떤 영향을 줄까에 대해 생각해본다. 도자캣의 잘못이 내가 좋아하던 'say so'를 듣기 불편하게 만든 건 사실이다. 나는 그런 영향을 받는 사람이다. 가만 보니 음악은 이미 나를 흥에 겹게 만든 이후에 이런 정황을 알게 되면 보이콧이 어렵다. 문학이나 미술작품도 그럴까. 상대적으로 저작권과 바로 직결되기 어려운 '글 저작권'이나 '미술 디자인의 저작권'은 도용하기에 시간이 걸리다보니 '안보고 안사면 그만인' 보이콧이라 더 쉬운 편인것 같다. 하지만 음원은 반 정도 재생이 되면 저작권으로서 유효하기 때문에 제작자 수익이 된다.
가을방학 역시 떠올랐다. 지금까지 수천번은 재반복하여 들었던 가을방학 곡의 저작료들이 정바비의 주머니로 들어갔을텐데. 곡은 참 좋단 말이다. (정바비는 최근 불법동영상 촬영 및 폭행으로 검찰에 송치되었다) 물론 계피라는 가수와 함께 음악을 만들었고 그녀는 몇 달 전 가을방학이 해체되었음을 알렸다. 계피 입장에서도 무척 억울할 것이다. 어쨋든 처벌이든 뭐든 팀 해체가 됐으니 음원만을 생각하여볼 때 팀에 대한 흠결은 어느 정도 상쇄될 수 있는 걸까. 솔직히 이 경우에는 보이콧을 할 필요가 없을까. 사실 할 자신은 없다. 하지만 앞으로 노래를 들을 때 해체된 팀이라는 것이 잊혀질지는 잘 모르겠다.
얼마 전에 이모랑 모든이들의 도덕성은 첨예하게 다르다. 그러니 자신이 가진 도덕적 잣대를 남에게 함부로 댈 수는 없다. 는 얘길 나누었었다. (이 때의 도덕성이란 범법에 미치지 않는, 모든 일상 속 도덕적 우선순위를 말하는 것이다) 아무튼 도자캣이 뭘 잘못했는지 모르는 사람이 더 많을테지만 이런 행동을 알게 된 이상 보이콧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공인이 미치는 영향도 중요하고 행동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하는 것도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돌아가야한다는 것도 중요하니까 말이다.
2021.5.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