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를 깔고 침구를 바꾸었습니다.
추석 선물로 들어온 커다란 배를 사각사각 깎아먹고, 작은 강아지도 맛을 볼 수 있게 조금 나눠주었습니다.
반팔 티셔츠 모양대로 탄 팔의 자국이 무색하게도 날이 선선합니다. 긴 팔을 입고 얇은 아우터도 챙깁니다.
2025년이라는 숫자의 조합이 이제 좀 익숙해질 참인데 벌써 마지막 분기라니 조금 놀랍습니다.
무직이 된 지도 벌써 반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어요.
주변에선 언제부터 무슨 일을 할 계획인지 더 이상 묻지 않습니다.
돌이켜 보니 사무직부터 이발사까지 참 다양한 직종에 종사하며 살았습니다.
연애도, 일도, 휴식도 항상 치열하게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치열하고 싶지가 않습니다.
그저 내가 필요한 만큼 쉬고, 또 적당히 살아가며 일을 하고 싶어요.
흘러오는 것에도, 흘러가는 것에도 많이 연연치 않을 정도의 연륜은 쌓인 것 같습니다.
아직 조금은 연연합니다.
내 성적표에는 결국 타인의 평가도, 숫자도 아닌 스스로의 감회가 적힐 것입니다.
그 안에는 어떤 후회도 담기지 않기를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