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적 내전 종결보고서

[1화] 조용한 전조

by 도요

정신과 약물과 함께한 기나긴 여정은 비로소 과거의 일이 되었다. 무력하고 외로웠던 스물네 살의 나를 다시 마주할 수 있다면 — 너는 사실 누구보다 강하다고, 이 길을 헤쳐나갈 용기와 힘이 네 안에 있다고 꼭 말해주리라. 그러니 자신을 의심하지 말라고.


치열했던 심리적 내전이 끝났음을 조용히 선언하며, 그 모든 과정을 담담하게 담아 이 기록을 시작한다.



초기 교란의 징후는 꽤 일찍 시작되었다. 우유를 마시지도 않았는데 배가 아팠던 날들. 내 '꾀병'은 대개 가볍게 묵살되었다. 배를 움켜쥔 채 신발주머니를 질질 끌며 학교로 향하던 꼬마는, 이 아픔을 설명할 언어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발야구, 메이폴 댄스, 가창 시험. 그런 걸 앞두면 꼭 배가 아팠다. 뭔가 하기 싫다는 이유로 배가 아프다는 건 나 스스로도 잘 납득되지 않았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배가 아파도 무시하는 법을 배웠다.


키가 자라고 사회성이 좋아지자, 배가 아팠던 꼬마의 기억은 희미하게 뒤로 밀려났다.

떡볶이 먹고 나무팽이 돌리는 게 최고로 즐거웠던 그 초딩은 어느새 대학을 졸업하고, 곧 사회에 던져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자소서를 쓰고, 구인공고를 확인하고, 인턴 생활을 했다. A+ 리포트를 수없이 써 온 나다. 내 글솜씨에 반하여 얼굴 좀 보려는 인사 담당자가 줄을 설 것이다. 의심의 여지없이, 내 미래는 당연히 무탈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파국은 가장 예상치 못한 순간, 천둥처럼 다가왔다. 갑자기 숨을 쉴 수 없었다. 심장은 터져나갈 듯 빠르게 뛰고, 짧은 들숨과 날숨을 가쁘게 반복했다. 마치 드라마 '가을동화'에서 봤던 비련의 여주인공이라도 된 것 같았다.


내과 선생님은 난처한 얼굴이었다. 심장 박동도, 혈압도, 엑스레이도, 피검사도 모두 정상이라며, 혹시 모르니 신경정신과에 한 번 가보는 게 좋겠다고 권했다.


그렇게 동네에 단 하나 있는 정신과 문을 열게 되었다.

내전의 발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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