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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자기 Apr 22. 2019

이렇게 성공적인 피날레를 쓴 건 처음이야!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6번

지난 4월 19일 예술의 전당에서는 부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공연이 있었습니다.

이 공연은 4월 2일부터 4월 21일까지 진행 중인 교향악축제의 일환이었지요.


부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새로운 프로젝트로 '쇼스타코비치 시리즈'를 계획하여 그 첫 번째가 바로 4월 17일과 19일에 열린 이번 공연이었습니다. 공연에서는 스트라빈스키의 '불새 모음곡'과 마르티누의 '오보에 협주곡', 그리고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6번'이 연주되었습니다.


오늘은 그중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6번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1937년 11월 21일 초연된  <교향곡 5번>으로 큰 성공을 거둔 쇼스타코비치는 1938년 9월 말, 시인 블라디미르 마야콥스키의 시 <블라디미르 일리치 레닌>에 곡을 붙여 독창과 합창을 넣은 여섯 번째 교향곡을 작곡할 계획이라고 발표합니다. 

마야콥스키의 시 <블라디미르 일리치 레닌> 표지

 그러나 이 계획은 웅변조가 강한 마야콥스키의 시에 곡을 붙이기 어렵다는 이유 등으로 곧 무산되지요.

그리고 1939년 1월 말, 쇼스타코비치는 <교향곡 6번>에 대해 말할 때 더 이상 레닌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습니다. 독창과 합창을 넣어 작곡한다는 처음의 계획은 완전히 접힌 것이지요.



 마침내 1939년 10월 완성된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6번>은 기대와는 사뭇 다른 작품이었습니다. 

우선 이 곡은 전통적인 4악장 교향곡의 형식을 취하지 않습니다.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6번>은 4악장이 아닌 총 3악장입니다. 특히 일반적인 교향곡의 1악장이 빠른 악장인 반면,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6번>의 1악장은 라르고(매우 느리게)입니다. 세 악장의 총 연주시간인 30여분 중 1악장 라르고는 20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처음 이 곡을 듣는 분들께는 시작부터 이어지는 길고 느린 악장에 집중하기 힘드실 수도 있습니다. 사실 저도 그렇거든요.


그러나 길고 느린 1악장의 서정성은 정말 아름답습니다. 그 강한 서정성과 호소력에 귀를 기울이고 있으면 쇼스타코비치가 여기에서 무언가를 강하게 이야기하고 싶어 한다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이어지는 2악장과 3악장은 어떨까요?

<교향곡 6번>의 2악장은 알레그로. 목관의 밝은 멜로디로 시작되는 악장입니다. 1악장의 분위기를 씻어 날려 보내듯 경쾌하게 지나가며 점점 클라이막스로 향합니다. 특히 이 악장에서는 목관이 서로 주고받는 멜로디가 귀엽기도 합니다.


  그 분위기는 마지막 3악장에서 한층 더해집니다. 이 곡의 피날레를 두고 쇼스타코비치는 자신의 작품에 대해서는 드물게 "이런 성공적인 피날레를 쓴 건 처음이야. 아무리 꼼꼼한 비평가라도 여기서 아무것도 집어낼 수 없을 걸."라고 만족했다고 합니다. 이 말을 들은 쇼스타코비치의 친구이자 문학 비평가인 이작 글리크만은 "만약 모차르트와 로시니가 20세기에 살았고, 함께 교향곡 피날레를 썼다면 이렇게 나왔을 거야."라고 보탭니다.  확실히 6번 3악장 피날레의 경쾌함에는 박수가 절로 나오지요. 실제로 1939년 초연 당시 피날레는 앙코르 되었다고 합니다.

쇼스타코비치가 1941년부터 1975년까지 친구 이작 글리크만에게 보낸 편지를 모은 책, 이작 글리크만의 해설이 덧붙여있다. (사진 왼쪽이 쇼스타코비치, 오른쪽이 이작 글리크만)





 그렇다면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6번>의 초연 후 반응은 어땠을까요?

이 곡의 초연은 1939년 11월 5일 므라빈스키의 지휘로 레닌그라드(현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립니다. 앞에서 잠시 언급했듯이 초연은 성공적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비평가들의 평은 엇갈립니다.


 몇몇 이들은 이 곡이 전통적인 교향곡 형식을 벗어난 것에 대해 비난합니다. 특히 1악장 라르고에 대해 느리고 지루하다는 의견이 있었지요. 또한 쇼스타코비치가 만족했던 피날레에 대해서는 '성공과 반전이 있는 축구 경기 묘사에 불과하다.'는 평도 있었다고 합니다. 이 평은 내용 자체만 보면 꽤 재밌습니다. 쇼스타코비치는 소문난 축구팬이었거든요.

축구를 보며 즐거워하고 있는 쇼스타코비치


 특히 아주 큰 성공을 거두며 지금까지도 쇼스타코비치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교향곡 5번>의 바로 다음 교향곡이었기에 <교향곡 6번>은 <교향곡 5번>과의 비교에서 벗어날 수도 없었을 것입니다. 




 4월 19일 부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에서 연주한 <교향곡 6번>은 이런 이야기가 담긴 곡입니다. 

사실 전 공연을 보기 전에는 <고향곡 6번>에 크게 주목하지 않았습니다. 바로 앞 뒤의 <교향곡 5번>과 <교향곡 7번>의 임팩트가 너무 강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잘 보이지 않았다고 할까요. 그러나 실제 공연으로 들으니 특히 1악장 라르고를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1악장 라르고는 반복해서 들으면 들을수록 그 서정성과 서사성에 빠져들게 되거든요! 쇼스타코비치의 많은 곡들이 그렇듯이 이 라르고 역시 춤과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여러분도 직접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6번> 1악장 라르고의 아름다움과 쇼스타코비치 본인이 직접 "이렇게 성공적인 피날레를 쓴 건 처음이야!"라고 말한 피날레를 확인해보세요!



 그리고 바로 올해 도이치 그라모폰에서는 안드리스 넬슨스 지휘의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 실황 앨범을 발매했습니다. 이 앨범에는 <교향곡 6번>과 함께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7번 '레닌그라드'>와 <축전 서곡>, <리어왕> 부수음악이 있습니다. 


안드리스 넬슨스,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 <쇼스타코비치 6,7번, 리어왕>, 도이치 그라모폰, 2019


 안드리스 넬슨스와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이전 쇼스타코비치 앨범들은 그 해석이 탁월하며 그래미 최우수 오케스트라 공연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2019 -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4,11번>, 2017 -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5,8,9번>, 2016 -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10번>)

매거진의 이전글 쇼스타코비치의 발레 <볼트>를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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