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굴라크 수용소의 여인들> GV

당신은 굴라크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나요?

by 도자기

2019년 8월 23일 구름아래소극장에서는 제16회 EBS 국제 다큐영화제에 경쟁작으로 출품된 마리안나 야로프스카야 감독의 영화 <굴라크 수용소의 여인들>이 상영되었다. 영화 상영 후 진행된 마리안나 야로프스카야 감독과의 GV 시간에는 영화와 굴라크를 둘러싼 현재 러시아인의 생각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러시아 출생이지만 20년 넘게 미국에서 지낸 감독과의 대화는 영어 통역으로 이루어졌다. 감독과의 질의응답 중 기억에 남는 부분을 기록한다.




Q : 어떻게 해서 굴라크를 소재로 영화를 찍게 되었는지?

A : 원래 영화배우였던 나의 할아버지도 굴라크의 희생자이고, 이후에 망명을 당하셨다. 돌아오신 뒤 <차파예프> 등의 영화에 출연했지만 좋지 않은 역할만 맡으셨다. 러시아에 세계에서 가장 큰 홀로코스트 박물관을 만들면서 굴라크 박물관, 기념비가 없다는 데 충격을 받아 영화를 만들게 되었다.


Q : 영화를 보면 영상자료 등이 나온다. 어떻게 구했는지?

A : 원래 LA에서 필름 아카이브 조사하는 일을 하고 있다. 그래서 작업이 쉬울 줄 알았는데 굴라크에 대한 필름은 파시스트나 나치와 달리 적고, 있더라도 기밀이다. 굴라크에 대한 아카이브는 아예 없다. 그나마 있는 유명한 서너 개의 필름 자료도 프로파간다용이다. (프로파간다용이라고 해도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이 행복해 보이지는 않는다.) 그래서 굴라크 수감자들의 일기, 편지, 그림 등을 영화 속에서 많이 사용했다. 영화 속에 나온 그림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Q : 굴라크 수감자 중 여성에 초점을 맞춘 이유는 무엇인지?

A : 일단 여성이 남성보다 더 오래 산다. 굴라크 남성 수감자들은 거의 사망했다. 영화 속에 등장하신 여섯 분 중에서도 세 분은 별세하셨고, 나머지 두 분 역시 건강이 악화되어 더 이상 말을 할 수 없는 상태이다. 솔제니친의 조수로 일하신 다른 한 분은 휠체어를 타고 관객과의 대화에 참석해 큰 박수를 받기도 했다. 또한 지금까지 굴라크에 대한 정보는 솔제니친처럼 대부분 남성이 쓴 것이었다. 그러나 굴라크 수감자 중 사분의 일은 여성이었다. 굴라크 여성 수감자는 '노예 중의 노예'라고 불렸다. 그런데 여성 수감자들의 가장 큰 트라우마는 고문 등이 아니라 가족을 잃고, 가족과 헤어지는데서 온 트라우마라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Q : 영화 앞부분과 뒷부분에는 공산당과 스탈린을 옹호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나온다. 이렇게 배치한 이유는 무엇인지?

A : 공산당은 지금도 러시아에서 잘 나간다. 붉은 광장에서 스탈린 분장을 하고 관광객과 사진 찍는 사람의 모습은 너무 충격적이었다. 이것은 마치 베를린 광장에서 히틀러 분장을 하고 있는 것과 똑같다고 생각한다. 굴라크에 희생당한 수백만 명의 비극이 있는데 현대 러시아는 이 비극에 대한 인지가 너무 떨어진다. 영화 속 여성들이 말하는 증언과 사회적 맥락의 대조를 보여주기 위한 이렇게 배치했다.


Q : 모스크바에서도 이 영화를 상영했을 때 반응이 어땠는지?

A : 모스크바에서 상영회를 열었을 때 스탈린 지지자들이 왔고, 그들이 도발적인 질문을 던졌다. 질문의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 인터넷에도 악플러들이 있지만 신경 쓰지 않는다. 이 영화에 대한 러시아의 반응은 당황스러워하고 있다. 예를 들어 아카데미 시상식에 러시아는 많은 돈을 투자해서 홀로코스트 당시 러시아 군인들이 나오는 영화를 냈는데, 그 영화는 노미네이트 되지 않고 이 영화가 되었다. 이후에 이 영화의 성공을 러시아의 것으로 만들려고 하는 노력이 있다. 채널 1과 아에로플로트에서 이 영화를 구매했는데 아직 상영하지 않고 있다. 굴라크 박물관과는 협의 중이다. 그 밖에도 언론사에서 이 영화를 러시아 영화로 만들려는 시도가 있다.


Q : 영화를 만들면서 인상적이었던 순간은?

A : 나는 러시아인이 이 영화를 편집하기를 원했다. 그런데 편집을 맡은 30대 러시아 TV 방송국 편집자가 '영화 속에 나오는 생존자들이 진실을 말하고 있다고 어떻게 믿을 수 있는가? 스탈린은 아무 잘못이 없다. 그 아랫사람들이 한 일이고 그들의 잘못이다.'라는 말을 해서 충격적이었다. 이 일이 시사한 것은 마치 개구리가 끓는 물 안에 있는 것 같았다. 개구리가 서서히 끓는 물속에 있으면 뜨겁다고 느끼지 못하도 결국 죽는다. 하지만 갑자기 끓는 물속으로 들어가면 뜨겁다는 것을 금방 안다. 위의 젊은 편집자는 굴라크에 대한 인식이 없는 것이고, 다른 사람들도 그렇다. 최근에 푸틴이 스탈린을 효과적인 매니저라고 한 유명한 말이 있다. 학교에서도 이런 식으로 역사를 가르친다.


Q : 실제 굴라크 관리자를 만난 적이 있는지?

A : 만났다면 좋았겠지만 이미 다 사망했을 것이다. 굴라크를 관리한 사람은 수감자보다 나이가 많았으니까. 영화 속에 등장하는 여성 생존자는 수용 당시 십 대였다. 관리자는 그보다 나이가 많은 성인 남성이었으니 이미 죽었을 것이다. 우리는 거의 생존자의 증언을 수집하는 작업에 마지막 열차를 탄 것이다.


Q : 역사를 소재로 한 작업을 계속할 것인지?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A : 역사를 다룬 다른 프로젝트가 하나 더 나올 수 있다. 이 영화는 작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대학 투어 중이고, 수 백개의 대학에 영화가 팔렸다. 이미 영화를 구매해달라는 2천 개의 메일을 보냈고, 매일 영화를 구매한다는 메일이 도착하고 있어서 뿌듯하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이야기를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굴라크를 재현하는 작업은 이 영화가 마지막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영화 속에 나오는 첼로 음악은 스트라디바리우스 첼로로 연주한 것이고, 할리우드에서 오랫동안 일한 유명한 사람들이 도와주었다. 그래서 이 영화의 수명은 오래갈 것 같다. 하고 싶은 말은 영화를 만들 때 기술에 신경 써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영화의 수명이 길어진다.




GV 도중 마리안나 야로프스카야 감독은 관객들에게 "북한에도 소련의 굴라크를 복제한 노동수용소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쉽게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이었다. 우리는 가까운 곳에 위치한 현실에 대해 너무나도 모르고 있다.


영화 <굴라크 수용소의 여인들>은 러시아의 시인 안나 아흐마토바의 이 말로 시작한다.


"체포를 한 러시아와 체포를 당한 러시아
두 개의 러시아가 서로를 마주 볼 것이다."


언젠가 우리에게도 두 개의 얼굴을 마주하는 날이 올 것이다. 그때 우리가 마주 볼 얼굴은 과연 어떤 표정을 짓고 어떤 이야기를 건넬까? 우리가 할 수 있는 이야기는 과연 무엇일까?



- 영화 <굴라크 수용소의 여인들>은 D-BOX 서비스에서 볼 수 있다.

http://www.eidf.co.kr/dbox/movie/view/468?preview=F


- 영화 <굴라크 수용소의 여인들>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아래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https://womenofthegula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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