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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자기 Jan 13. 2021

세상은 넓어서 모두를 품어줄 수 있다.

근 3개월간 하고 있던 일이 계약 종료되어 다시 백수가 되었다. 속 시원하기도 하고 앞날이 막막하기도 하지만 '어떻게든 되겠지, 지금까지 어떻게든 된 것처럼'이라는 심정이다.


작년에 넷플릭스에서 본 한 다큐멘터리에서 이런 말이 나왔다.


세상은 넓어서 모두를 품어줄 수 있다.


당시 역시 막막했던 상황에서 이 문장을 보고 위안을 받았다. 지금도 시야가 좁아질 때면 마음속 한 편에서 이 문장을 꺼내본다.


그리고 어제는 한 드라마에서 이런 문장을 보았다.


사해(온 세상)가 내 집이니 어디든 상관없다.



언제까지 이렇게 메뚜기처럼 이리저리 짧으면 하루, 길면 몇 개월씩 근무하며 옮겨 다니는 삶을 살 수 있을까. 


내가 싫어하는 것을 최대한 하지 않는 삶, 무엇보다 나 스스로 선택하며 사는 삶을 원해서 이렇게 살게 되었는데 아직까진 '이 정도면 괜찮아.'하고 고개를 끄덕이고 있지만 그렇다고 불쑥불쑥 찾아오는 막막함과 조급함은 어떻게 할 수 없다.


기억 속에 종종 떠오르는 한 장면이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 1년간 취준 생활을 했는데, 당시 일과를 마치고 침대에 누워 있으면 마치 내 시간이 한 곳에 고여있는 기분이었다. 그런데 그 느낌은 부정적인 것이 아니라 마치 고요하고도 평온한 바다에 둥둥 떠다니는 것 같았다. 


1년 뒤 한창 직장생활을 하던 어느 날 문득 친구에게 "지금보다 작년 취준 시기가 더 좋았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몇 개월 뒤 평온한 삶은 끝났고 다시 돌고 돌아 지금은 이렇게 단기 계약서만 두둑이 쌓여가는 삶을 살고 있다.


뭐가 더 나은지는 알 수 없고, 알고 싶지도 않지만 적어도 내가 했던 선택의 결과를 감수하고 받아들이며 살고 있다. 


그래도 작년 코로나 시국에 이 정도면 선방한 거라고 생각하며 2020년 마지막 계약을 마무리했다.


추가로 2021년에 들어서는 새로운 계획과 관심사가 생겼는데 바로 부동산이다.


이전부터 마음속에 차보다 집!이라는 생각이 있었는데, 결심했다. 나는 30대에 부동산을 살 거야. 내 말은 들은 가족은  깔깔 웃으며 "그래, 39살도 30대니까 제발 그래라."라고 말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내 생애 집 살 일은 없겠지.'라고 막연하게 반 체념하며 살았다. 하지만 2019년 한국 여성의 평균 수명이 무려 86세이고(검색해보고 깜짝 놀랐다...) 내가 노년이 되면 평균 수명은 더 증가할 테니 앞으로 50~60년을 살아야 하는데 그 긴 세월 체념하며 사는 건 받아들일 수 없다. 방법을 찾지도 않고 포기하기에는 이 기나긴 시간이 너무 아깝다. 


어떻게 하면 30대에 집을 살 수 있을지 지금부터 머리를 돌돌 굴려야지... 방법은 찾으면 된다.


여하튼 이렇게 매년 변하는 맛에 사는 것 같다. 연초부터 분 부동산 바람이 올해 나를 어디로 데려다 줄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위에서 언급한 문장이 이럴 때 적절한 것 같다.


세상은 넓어서 모두를 다 품어줄 수 있다.


나는 정말 이 말을 믿는다. 이 말을 마음속 한 편에 넣어두는 삶은 그 이전과 너무나도 다르다.



2021.01.11 도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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