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은 한 편의 00에서 시작되었다.
올해 만든 독립출판 만화책 『세 개의 오렌지에 대한 사랑』은 2019년 11월부터 리서치를 시작해서 올해 11월 출간까지 정확히 2년이 걸렸다.
지금까지 독립출판 만화책을 총 3권 (협업 1권까지 하면 총 4권) 만들었고, 『세 개의 오렌지에 대한 사랑』은 그중에서 가장 작업 기간이 길었던 책인 만큼, 여러 이야기가 있어서 몇 차례에 걸쳐 작업 과정을 써보고자 한다.
오늘은 그 첫 번째 이야기!
만화의 원작인 오페라 <세 개의 오렌지에 대한 사랑>과 이 오페라를 만화로 만들게 된 계기이다.
1. 오페라 <세 개의 오렌지에 대한 사랑>
만화책 『세 개의 오렌지에 대한 사랑』이 원작으로 하고 있는 것은 바로 러시아의 작곡가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1891-1953)가 쓴 동명의 오페라 <세 개의 오렌지에 대한 사랑>이다.
오페라 <세 개의 오렌지에 대한 사랑>의 내용은 이렇다.
" 옛날 옛적 어느 왕국에 우울증에 걸린 왕자가 살고 있었다. 의사들은 왕자를 치료할 방법이 웃음뿐이라고 말한다. 왕은 왕자를 웃게 하기 위해 파티를 연다. 그러나 왕자는 파티에서 그 어떤 광대를 보고도 웃지 않는다. 그때! 초대받지 않은 마녀 파타 모르가나가 파티장에 들어온다. 파타 모르가나는 잠시 실랑이 끝에 자신의 치맛자락을 밟고 넘어지고, 왕자는 이 모습을 보고 웃기 시작한다.
분노한 파타 모르가나는 왕자에게 저주를 건다. 바로 "세 개의 오렌지를 사랑하는 것"이다.
마녀의 저주로 세 개의 오렌지를 사랑하게 된 왕자는 오렌지를 찾아 무시무시한 거인 요리사 크레온타의 성으로 가게 된다. 크레온타의 성에서 무사히 오렌지를 구해내고 왕궁으로 돌아가던 왕자 일행은 사막 한가운데에서 목이 말라 첫 번째 오렌지를 연다.
그런데 웬걸?! 오렌지에서 나오는 것은 새콤달콤한 과육이 아닌, 공주였다!
그렇다. 이 오렌지는 보통 오렌지가 아니라 마법에 걸린 오렌지였던 것이다. 오렌지에서 나온 공주는 목이 마르다며 물을 달라고 한다. 하지만 사막 어디에서도 물을 찾을 수 없었다. 왕자 일행은 공주에게 마실 과육이라도 주기 위해 두 번째 오렌지를 연다.
그러나 두 번째 오렌지 안에서 나오는 것도 역시 공주!
사막 한가운데서 물을 얻지 못한 두 공주는 목말라죽고 만다...
결국 왕자는 마지막 오렌지도 열고, 그 안에서도 역시 공주가 나온다. 그러나 이번에는 무대 위 조력자의 도움으로 물을 구해, 마지막 오렌지에서 나온 공주인 니네타는 살아난다.
왕자와 니네타 공주는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결혼을 약속하며 궁으로 향한다. 왕자는 니네타가 입을 옷을 갖다 주기 위해 니네타에게 잠시 궁 밖에서 기다리라고 하고 먼저 궁에 들어간다. 그러나 홀로 남은 니네타에게 마녀 파타 모르가나의 부하인 스메랄디나가 접근한다. 그는 마법의 핀으로 니네타를 찔러 쥐로 만들고, 자신이 니네타로 분장하여 뒤늦게 나온 왕자와 함께 궁으로 들어간다.
왕자와 변장한 스메랄디나가 결혼하려던 순간! 마법사의 도움으로 니네타에게 걸린 마법이 풀리고, 니네타는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간다. 스메랄디나는 도망치고, 왕자와 니네타는 무사히 결혼한다."
2. 오페라 <세 개의 오렌지에 대한 사랑>이 탄생하기까지
러시아 출신 작곡가 프로코피예프는 1918년 러시아를 떠나 미국으로 향한다. 당시 프로코피예프의 손에는 러시아의 유명 연극 연출가 메이예르홀트에게서 받은 <세 개의 오렌지에 대한 사랑>의 시나리오가 있었다.
미국에 도착한 프로코피예프는 시카고 오페라단에 이 <세 개의 오렌지에 대한 사랑>을 오페라로 만들 것을 제안하고, 당시 시카고 오페라단의 단장이었던 이탈리아 출신 캄파니니는 이를 반긴다.
1919년 프로코피예프는 오페라 <세 개의 오렌지에 대한 사랑>을 완성하지만, 캄파니니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오페라 초연은 미뤄진다. 결국 오페라 <세 개의 오렌지에 대한 사랑>은 우여곡절 끝에 1921년 12월 30일 시카고 오페라단의 공연으로 초연된다.
3. 왜 <세 개의 오렌지에 대한 사랑>인가?
이렇듯 오페라 <세 개의 오렌지에 대한 사랑>은 프로코피예프의 대표적인 오페라로 1921년 초연 이래 백 년이 지난 지금까지 세계 곳곳에서 공연되고 있다.
한국에서 오페라 <세 개의 오렌지에 대한 사랑>이 초연된 것은 2017년 평창 대관령 음악제에서였다. 당시 구가예프의 지휘로 마린스키 오케스트라, 오페라단과 국립합창단이 콘서트 형식으로 공연했다.
http://www.newsculture.press/news/articleView.html?idxno=68916
그렇다면 이 오페라의 매력은 과연 무엇일까?
일단 먼저 떠오른 오페라 <세 개의 오렌지에 대한 사랑>의 매력은 이렇다.
(1) 톡톡 튀는 동화 이야기
먼저 오페라 <세 개의 오렌지에 대한 사랑>은 톡톡 튀는 매력의 동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왕자, 마녀, 마법사, 공주가 등장하고 왕자가 역경을 해결하고 공주를 구출하여 결혼한다는 내용은 전형적인 동화 서사이다.
(2) 오렌지!
<세 개의 오렌지에 대한 사랑>이라는 제목을 처음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머릿속에 각인된 단어는 바로 오렌지일 것이다. 새콤달콤한 과일 오렌지가 떠오르는 사람도 있고, 과연 오렌지와 사랑이 어떤 관련이 있는지 궁금하신 분들도 있을 것이다. 나도 처음에 이 오페라의 제목을 들었을 때 '오렌지'? '사랑'? 이러면서 도대체 어떤 내용인지 의아했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사실 이 오페라가 워낙 생소하고 제목만 봐서는 뭘 말하는지 감이 잡히지 않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바로 2년 전 내가 그랬다^^
2년 전, 작업을 시작하기 전까지만 해도 난 이 오페라를 잘 이해하지 못했다. 왕자가 마법에 걸린 공주를 구출하는 익숙한 동화 서사인 건 알겠는데, 도대체 이 이야기에 어떤 매력이 있길래 프로코피예프는 오페라로 만들었을까? 오렌지 안에서 공주가 나오는 이야기는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이야기 같기도 한데... 어떻게 보면 생뚱맞고, 오페라 안의 요소요소를 따져보면 더 생뚱맞고 이상한 오페라 같았다.
물론 오페라 <세 개의 오렌지에 대한 사랑>의 음악은 그 자체로 너무 매력적이다. 특히 가장 유명한 '행진곡'은 프로코피예프 특유의 재치가 엿보이는 뒤뚱거리면서도 귀엽고 재밌는 음악이다. 그럼 말이 나온 김에 한 번 들어보자.
왕궁에서 파티가 시작되는 장면에서 등장하는 이 행진곡은 흔히 행진곡 하면 떠올리는 군대 행진곡처럼 웅장하고 절도 있는 음악은 아니다. 반대로 오히려 입가에 미소를 짓게 만드는 <세 개의 오렌지에 대한 사랑>의 행진곡은 이 작품이 재치와 풍자로 가득 차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하지만 나는 항상 궁금했다. 이런 재미있는 음악이 탄생하기 전, 작곡가 프로코피예프가 이 이야기에 흥미를 갖고 곡을 쓰기로 결심한 이유가 과연 무엇일까?
그리고 전혀 뜻밖의 장소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바로... 한 편의 논문이었다.
귀엽고 재치 있는 음악과는 거리가 멀 것만 같은 한 편의 논문. 바로 그 논문에서 이번 만화책 『세 개의 오렌지에 대한 사랑』이 시작되었다.
그래서 다음 이야기에서는 어떻게 한 편의 논문에서 만화책이 나오게 되었는지 그 과정을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그럼 오늘 이야기는 여기까지! 다음 편에서 다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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