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쩐지 옆통수가 따갑더라
집 어디서나 ‘좋아요 1’을 받고 있는 느낌이에요.
예로 우리가 밥을 먹으려 식탁에 앉으면, 리지는 거실 캣타워 꼭대기의 투명 반구에 앉아 우리를 내려다본다. 우리가 TV를 보려고 소파에 앉으면, 리지는 대각선 방향의 화장실 발 매트 위에 앉아 우릴 올려다본다. 우리가 일을 하려고 책상에 앉으면, 리지는 책상 뒤쪽 방석 위에서 엎드려 우릴 올려다본다. 집안 곳곳에 우리를 지켜보기 좋은 ‘핫스팟’을 마련해 둔 거다.
“리지는 우릴 맨날 보는데 뭐 새로운 거 본다고 우릴 저렇게 계속 따라다니는 거야?”
남편이 답했다.
“그래도 리지도 집에선 우리가 제일 신기하지 않을까? 우리한테 리지가 제일 신기하듯이.”
생각해보니 나도 맨날 보는 리지지만, 리지가 눈앞에 안 보이면 “리지야” 부르며 온 방을 돌아다닌다. 리지가 냥냥거리며 놀아달라고 조르거나, 챱챱 밥을 먹거나, 눈을 꿈벅이다 잠들거나, 스크래처를 벅벅 긁는 모습은 매일 조금씩 다르게 귀여워서 자꾸만 보고 싶어지니까. 이 5kg 남짓의 갈색 털 뭉치는 어떻게 이렇게 매 순간 다르게 사랑스러운지.
사실 집사를 졸졸 따라다니며 쳐다보는 건 다른 고양이한테도 흔한 일이라고 한다. 이유는 크게 3가지. 첫째, 밥을 달라거나, 놀아 달라거나, 화장실을 치워달라는 등의 요구사항이 있어서다. 리지는 특히 저녁밥 요구는 확실하다. 우리가 저녁식사를 마칠 때쯤, 리지는 식탁 옆에 마트료시카 인형처럼 우두커니 앉아서 우릴 쳐다본다. 그럴 때 시계를 보면 어김없이 8시 10분에서 8시 30분 사이. 리지의 저녁 식사 시간이다. 매번 밥때를 제때 알리는 시위에 남편은 감탄한다.
“쟤 시계 볼 줄 아는 거 같아.”
둘째, 궁금해서다. 최근에 캣타워를 추가로 샀는데, 우리가 조립해야 할 부품을 박스에서 하나씩 꺼내 방바닥에 펼쳐놓자 리지는 “이게 다 뭐야?” 하는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우리와 부품들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삼줄이 감긴 기둥, 나무 판, 나무 숨숨집, 카펫, 털공을 조립하는 우리를 리지는 옆에서 유심히 관찰했다(아무리 봐도 자기껀 걸 알아서 더 흥미로웠던 걸까). 무거운 나무판을 쌓고, 나사를 조이는 작업은 힘들었지만, 리지가 신나게 캣타워를 오르내리는 모습에 뿌듯했다.
셋째, 그냥 보고 싶어서다. 어느 날, 소파에 앉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는데, 맞은편 리빙박스 위에서 햇볕을 쬐던 리지가 갑자기 소파로 폴짝 올라왔다. 그리곤 내 옆에서 두 뼘 정도 떨어진 곳에 엎드리더니 날 빤히 쳐다보았다. 손을 뻗어 머리를 쓰다듬자 리지는 손길을 느끼며 눈을 감았다. 잠시 시간이 멈춘 것처럼 평화로웠다(곧 손을 물려해서 평화는 5초 만에 깨졌지만).
한때 다가오는 것조차 겁내던 쫄보 리지는 이제 우리를 가까이서 구경하길 즐긴다. 구경하다 행동을 따라하기까지 한다. 어느 토요일 새벽, 자다가 오줌이 마려워서 일어났다. 화장실에 갔는데 곧 내 무릎 사이에서 자던 리지가 화장실로 따라 들어왔다. 뭐지? 리지는 고양이용 화장실에 쭈그려 앉았다. 나와 똑같이 졸린 눈을 꿈벅이면서. 그리고… 곧 나의 ‘쪼로록’과 리지의 ‘쪼로록’이 하모니를 이루었다. ‘방광 타임’을 맞춰 준 존재는 학창시절, 쉬는 시간에 같이 화장실을 갔던 친구들 이후로 처음이었다. 묘하게 든든하네… 우린 침대로 같이 돌아가서 처음과 같은 자세로 다시 함께 잠든 후, 점심이 다 되어서야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