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월, 유병재 님의 인스타(@dbqudwo333)엔 잔뜩 심통이 난 채 얼굴이 벌게져서 우는 조카를 가만히 안고 지켜보는 유병재 님의 사진이 올라왔다. 사진 밑엔 이렇게 적혀 있었다.
“하고 싶은 것만 하면서 사는 사람은 없어”
인생을 꿰는 한 줄이었다. “뚝!!”처럼 뜻 없이 데시벨만 큰 불호령보다, “산타할아버지는 우는 아이에겐 선물을 안 주신대”처럼 물욕을 자극하는 회유보다 담담하지만 묵직한 한 줄.
난 이 한 줄이 묘생에도 적용된단 걸 나응식 수의사님의 유튜브 채널, <냥신 TV>를 통해 깨달았다. <우리 고양이 내 말 잘 듣게 하는 법(feat. 고양이교육)>에서 수의사님이 하신 말씀 때문이다.
“고양이한테 간식을 줄 때 절대로 그냥 주시면 안 돼요. 이걸 N.I.L.I.F.라고도 하거든요. Nothing in life is Free. 절대 세상에 공짜가 없다는 이야기예요. 그런데 보호자님들이 가장 못 하는 것 중 하나가 간식을 너무 공짜로 주고 싶어 하는 그 열망이거든요. 예쁘고 귀엽고 사랑스럽고 미안하고 안타깝고 하니까 간식을 그냥 주시는데 그럼 (고양이를 교육시킬 때 고양이가) ‘내가 이거 굳이 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게 하고 동기를 상당히 낮춰요.”
예를 들어 고양이 양치 교육은 고양이가 이빨에 칫솔이 문질러지는 것을 싫지만 참아 주면, 좋아하는 간식을 보상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그런데 평소 먹고 싶은 것을 잘 먹으며 사는 고양이라면? 복에 겨워(!) 양치질을 견딜 이유가 없어지는 거다. 즉, 건강이라는 고양이의 더 큰 행복을 위해 집사는 고양이에게 평소 적당한 수준의 불행을 설계할 책임이 있다.
사실 양치 교육은 나도 여러 번 포기했던 고난도의 교육이다. 칫솔질을 하려면 손으로 고양이의 입을 벌려야 하는데 리지는 입 근처에 손이 닿는 것조차 싫어했으니까. 먼지만 앉는 리지의 칫솔을 볼 때마다 걱정이 마음을 짓눌렀다. 대안으로 식수에 타는 마시는 치약이나 치석 제거 효과가 있는 덴탈트릿을 사서 위안을 삼아보려고도 했다. 리지가 덴탈트릿을 씹을 때마다 까드득 까드득 기분 좋은 소리가 났는데 까드득 하나에 치석과 까드득 하나에 구내염과 까드득 하나에 치아흡수성병변이 사라지길 바랐다. 하지만 SNS에서 고양이의 이빨을 제대로 닦아주지 않으면 결국 치석이 많이 쌓이고, 치석의 세균이 염증을 일으키면 통증 때문에 고양이가 밥을 먹기 힘들어진다는 글을 봤다. 안돼! 김박과 나는 오래 걸리더라도 꼭 리지에게 양치질을 시켜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다양한 고양이 양치 교육 영상을 섭렵한 우리는 우선 리지의 치약부터 기호성이 좋은 것으로 바꿨다. 나만 해도 어릴 적 딸기향 치약을 좋아해서 치약만 조금 짜서 날름 먹은 적까지 있으니까. 우리는 리지가 코를 킁킁대다 돌아선 기존 치약은 과감히 나눔하고 새 치약을 들였다. 다행히 닭고기맛의 새 치약을 리지는 날름 핥아먹으며 좋아해 줬다. 다음으로 우리는 SNS에서 양치를 잘하는 고양이들을 찾아다녔다 그러다 집사의 칫솔질을 얌전히 받고 있는, 신화 속 유니콘 같은 한 고양이를 만나면서 변화가 시작됐는데…….
<야 너두 양치할 수 있어> 인스타툰 아래 적었던 캡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