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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by 인플리
제일 좋아하는 광고가 뭐예요?


이직 면접을 앞둔 어느 날, 저는 챗GPT가 뽑아준 예상 질문 중 하나였던 이 질문 앞에서 잠시 생각에 잠겼습니다. 광고회사에서 흔히 듣던 질문이지만, 이상하게도 그날만큼은 쉽게 답이 떠오르지 않았어요.


왜인지 곱씹어 보니, 마치 “그 사람이 왜 좋아?”라는 질문을 받을 때처럼 단 한마디로 이유를 설명하기가 어려웠습니다. 머릿속에 몇몇 광고가 떠올랐지만, 그 광고들이 가진 공통점을 정확히 짚어내기엔 뭔가 부족했어요.


평소 복잡한 현상을 한마디로 잘 꿰뚫는 사람들을 동경해 온 저는, 그날부터 제가 좋아하는 광고를 꿰뚫는 한마디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광고 영상을 집요하게 반복해서 보고, 인쇄 광고 속 디테일을 세세히 뜯어 보았습니다. 광고를 만든 사람의 인터뷰, 신문 기사, 통계자료는 물론 광고가 나온 시기의 사회문화적 맥락까지 되짚었죠.


그렇게 깊이 들여다보던 어느 날, 드디어 그 광고들이 가진 공통의 힘이 선명하게 다가왔습니다. 바로 복잡한 현실에서 단순한 진리로 향하는 길목 어딘가에서, 외면당해 온 ‘진실’을 밝혀내는 힘.


좋은 광고가 담아내는 ‘진실’은 특별했습니다. ‘현실’은 생생하지만 특정 의도로 엮이지 않으면 주목받기 어렵습니다. ‘진리’는 머리가 깨이는 통찰을 주지만, 때론 교조적이라 거부감을 주고요. 하지만 ‘진실’은 달랐습니다. 그것은 심장이나 머릿속 어딘가를 두드린 후, 온몸으로 번져 나갔습니다. 마치 맑은 물에 파란 잉크를 한 방울 떨어뜨렸을 때, 처음엔 가느다란 선으로 번지다가 이내 물 전체를 푸르게 물들이는 것처럼요. 그래서 ‘진실’이 담긴 광고를 보고 나면, 그 전과는 전혀 다른 관점으로 브랜드, 제품, 나아가 그 카테고리 전체를 바라보게 되는 긍정적인 변화가 생겼습니다. 한 마디로, 제가 좋아하는 광고는 사실을 팔지 않았습니다. 관점을 바꾸는 진실을 건넸죠.


저는 이러한 힘을 가진 이야기 방식에 ‘진실을 전하는 스토리텔링(Truth Storytelling)’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이는 ‘브랜드 관리’ 개념을 일찍부터 실천해 온 광고대행사, JWT(J. Walter Thompson Company)의 철학과도 통합니다. JWT는 단순히 제품의 기능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브랜드가 사람들의 삶 속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를 탐구했습니다. 즉, 상품과 브랜드의 진실을 사람들의 삶의 진실과 연결함으로써, 광고거 더욱 깊은 힘을 발휘하도록 한 것이죠.


‘진실을 전하는 스토리텔링’의 힘을 깨달은 후, 곧 한 가지 질문이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이 스토리텔링을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에 쉽게 적용하게 도울 방법은 없을까?” 좋은 사례들로부터 발견한 단계별 진실 발견 및 적용 과정을 체계적인 툴로 정립하고 싶었거든요. 고민 끝에 마케팅 및 광고 업계 종사자는 물론, 울림 있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은 누구에게나 도움이 되는 생각 툴을 만들었습니다. 바로 <Truth Canvas>입니다. 스타트업 창업가가 아이디어를 점검할 때 사용하는 ‘린 캔버스(Lean Canvas)’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Truth Canvas>는 광고와 커뮤니케이션에서 카테고리의 통념과 사람들의 실제 경험 사이의 간극을 통해 숨은 진실을 발견하고, 그것을 효과적으로 표현하도록 돕습니다. 캔버스는 총 네 칸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네 가지 질문에 차례로 답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완성되죠. 각 질문의 의도와 활용법은 1장에서 사례와 함께 자세히 다루니, 지금은 일단 전체 구조를 가볍게 눈에 익혀두시면 좋습니다.


(Truth Canvas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다음 글에서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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