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과 감정 사이
어렸을 때 한 번쯤 접했을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은 단순한 학교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 다시 읽어보면 사람의 내면과 감정의 구조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작품이다.
소설 속 반장 엄석대는 친구들을 지배하고 조종한다. 처음에는 정의롭고 강한 존재처럼 보이지만, 점차 그 권력 아래 숨겨진 감정의 독재와 비합리적인 고집이 드러난다.
이 인물을 ‘내 마음’에 빗대어 읽다 보면, 감정이 이성을 누르고 행동을 지배하던 순간들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주인공 한병태는 처음엔 엄석대에게 맞서지만, 외로움과 두려움 속에서 결국 그에게 굴복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이따금 화가 나거나 불안할 때, 감정에 이끌려 본래의 생각과 태도를 놓치곤 했던 나의 경험들이 겹쳐 보인다. 병태가 엄석대에게 순응해 가는 모습이 꼭 그러했다.
특히 인상 깊은 장면은 소설 후반부, 새 담임 선생님이 엄석대의 민낯을 드러내는 순간이다.
그 장면을 볼 때마다 마음이 뜨거워졌던 건, 살아가면서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던 나를 멈춰 세워 준 말이나 사건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때로는 가까운 이의 조언이, 때로는 아주 사소한 계기가 감정의 독재에서 벗어날 실마리를 건네주기도 했다.
“나를 지배하던 감정은 정말 나였을까?"
“왜 늘 그 감정에 순응하려 했을까?”
이런 질문들이 떠오를 때면, 마음속 엄석대와 싸우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비록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 싸움은 결국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나다운 나’로 살아가기 위한 과정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