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녁은 쌀국수 어때요?

입맛 따라 스며든 베트남, 우리의 식탁이 넓어지는 시간

by 유리의아빠

요즘 한국 거리 곳곳에서 베트남 음식점을 발견하는 것은 더 이상 낯선 일이 아니다. 특히 쌀국수의 인기는 단순한 유행을 넘어, 어느새 우리의 일상과 식문화 속에 깊이 자리 잡았다. 그 인기를 설명하는 이유는 의외로 소박하다. 한국인의 입맛과 절묘하게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쌀국수의 맑고 깊은 육수, 부드러운 쌀면, 담백한 고기의 조화는 복잡하지 않으면서도 입에 착 감기는 매력을 지녔다. 강한 향신료나 자극적인 맛이 부담스러운 이들에게도 편안하게 다가오고, 동시에 고수나 라임과 같은 독특한 풍미는 살짝 이국적이어서 새로운 맛을 찾는 이들의 감각을 자극하기에도 충분하다.

사실 한국인은 오래전부터 면 요리에 각별한 애정을 가져왔다. 조선시대의 ‘국수례(麵禮)’라는 말이 있듯, 국수는 예부터 잔치나 명절 같은 특별한 자리를 기념하는 음식이었다. 잔치국수, 냉면, 칼국수, 막국수 등 지역과 계절에 따라 다양한 면 요리가 발달한 것도 이 때문이다. 면과 육수, 고기와 채소를 조화롭게 구성하는 방식은, 자연스럽게 베트남의 쌀국수나 분짜 같은 음식에 익숙해지는 기반이 되어주었다.

또한 베트남 음식은 실용적인 매력도 지닌다.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에 맛과 영양을 모두 갖춘 구성은 한 끼 식사로 손색이 없고, 어린아이부터 어르신까지 누구나 함께 즐길 수 있는 편안한 맛이 큰 장점이다. 고기와 쌀국수를 곁들인 한 그릇의 온기는 바쁜 하루 속 작은 쉼표가 되어주기도 한다. 특히 분짜처럼 고기와 채소, 면을 소스에 찍어 먹는 형태는 자연스럽게 나눔과 함께 먹는 즐거움을 동반하는데, 이는 한국의 식문화 정서와도 일맥상통한다.

그래서일까. 우리 가족 역시 특별한 날이 아니더라도 가끔은 자연스레 베트남 음식점을 찾는다. 아이들은 뜨끈한 쌀국수의 국물에 얼굴을 묻고, 어른들은 숯불 향이 은은한 분짜를 곁들인 맥주 한 잔에 잠시 웃음을 나눈다. 오늘 저녁도 그런 시간이 될 듯하다. 뜨끈한 국물에 하루의 피로를 녹이고, 함께 웃으며 마주 앉는 식탁. 언어와 국경을 넘은 음식이 우리의 삶 속에 조용히, 그러나 깊이 스며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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