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모든 걸 주겠다고 맹세했던 날

오래전 사진을 꺼내보며

by 유리의아빠

첫 아이를 안았던 순간을 아직도 기억한다.
그 조그맣고 따뜻한 존재가 내 품에 안겨 울음을 터뜨릴 때,
나는 조용히 마음속으로 맹세했다.
‘세상 모든 걸 다 줄게. 너한테는 정말, 뭐든지.’

그 순간만큼은 세상 전부를 가진 것 같았다.
아마 많은 부모들이 그랬을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닮은 아이를 품에 안고,
너무 작고 연약해서 오히려 더 강하게
무언가를 주고 싶다는 마음이 솟아오르는 순간.

하지만 마음이란 게, 늘 처음 같을 순 없더라.
시간이 흐르고, 육아라는 이름의 현실이 밀려오면서
그 다짐은 자꾸만 뒤로 밀려났다.
말이 안 통하는 시기,
밤낮없이 울고 보채던 그 시절에는
‘얘한테 뭘 주기 전에 내가 먼저 쓰러지겠네’
싶은 순간도 많았다.
체감 40도의 여름날, 등에 땀이 줄줄 흐르는 아이를 안고
현관문 앞에서 한숨부터 쉬던 기억이 선명하다.
그렇게 정신없이 하루를 버티다 보면
어느새 돌이 지나 있었고,
‘조금은 수월해지겠지’ 했던 기대는
미운 세 살, 네 살 앞에서 금세 무너졌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모든 시간이
참 빠르게 흘러가버렸다는 걸 실감하게 된다.
어느덧 아이는 아홉 살이 되었고,
혼자 옷을 입고, 자기 생각도 또박또박 말하며
제법 자기 삶의 결을 만들어가고 있다.

그런 아이를 바라보면서도
요즘 부쩍, 예전 사진을 자주 꺼내보게 된다.
갓난아기 때, 내 손가락을 꼭 쥐고 있던 그 작은 손,
나를 보며 까르르 웃던 얼굴.
그 시절 사진을 보다 보면
문득, 처음 그 다짐이 다시 떠오른다.
‘그래, 내가 이 아이를 얼마나 사랑했는지를…’
잠시 잊고 지냈지만, 그 마음은 여전히 내 안 어딘가에 남아 있다.

아이를 키운다는 건
그때의 약속을 잊지 않기 위해
다시 마음을 꺼내보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모든 걸 다 줄 순 없다는 걸 안다.
하지만 오늘 하루,
아이의 눈을 한 번 더 바라보고
마음을 한 번 더 어루만지는 것,
그 정도면 그날의 약속을
조금은 지켜낸 셈 아닐까 싶은 밤이다.


“사랑은 모든 것을 주고도 더 주고 싶은 마음이다.”
— 프랑스의 저명한 작가, 빅토르 위고 (Victor Hu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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