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더 이상 이렇게 살고 싶지 않아

내가 나에게 발악하는 거 같았다.

by 생각주머니

더이상 이렇게 살고 싶지 않아. 머릿속에서 소리쳤다.

2025년 5월 17일. 하던 작품을 그만뒀다.


모든 것이 싫었다. 모든 것이 불편했다. 모든 것에 화가 났다. 인상을 쓰고 있는 내 표정이, 내 얼굴을 볼 수 없는 나조차 느껴질 정도였다. 2월부터 그만두고 싶었다. 생계때문에, 끈기에 관한 평판때문에, 같이 일하고 있는 친구들 때문에, 다음 작품이 없을 수도 있어서. 그만두지 않을 이유로 나 스스로를 설득하며 3개월을 버텼다. 그 과정에서 상황을 따져보기도, 시스템에 대한 불만을 토로해보기도, 일의 방향을 가르쳐보기도, 변하지 않는 상대에게 화를 내 보기도 했다.


사실 원인은 상관없다. 내가 계속 불편한 상황 속에서 일을 해왔다는 것이다. 아침에 눈 뜨기가 싫었다. 몸을 일으키기 싫었다. 씻기 싫었다. 출근길이 싫었다. 사무실에 들어가기 싫었다. 사람들과 마주치는 인사가 싫었다. 그럼에도 일은 시작한다. 아무도 식사시간을 챙기지 않는데 점심 먹으러 가자고 하기 싫었다. 회피하는 상황들이 발생하는 일 얘기가 들려오는 게 싫었다. 떼우는 시간으로 채우며 늦게까지 사무실에 있기 싫었다. 퇴근길에는 해결되지 않는 것들에 대한 깊고 탁한 한숨이 몰려왔다. 잠들기 싫었다.


눈 뜨고 잠들기까지 불편한 생각과 감정들뿐이었다. 인상은 계속 쓰이고, 화는 계속 나고, 단전으로부터 답답함을 표현하는 숨이 터져 나오고, 자세는 무너졌다. 태도도 삐그덕댔다.


주말이라고 달랐을까. 휴대폰을 방해금지모드로 해놓고 끝도 없이 잤다. 일어나면 커텐을 걷지 않은 어둑한 방에서 휴대폰만 봤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네이버 뉴스. 카톡은 일부러 보지 않으려 했다. 함께 사는 강아지가 걸어다니는 소리가 난다. 그때서야 겨우 몸을 일으킨다. 강아지 밥을 챙기고, 밥을 다 먹고 멍하니 TV를 보는 나에게 미소를 보내며 빠르게 꼬리를 흔들고 있다. 산책가자는 신호다. 저 아이라도 아니었다면.. 늦게 일어난 만큼 나의 해는 빨리 진다. 깊은 한숨이 쉬어진다. TV만 본다. 배가 딱히 고프지 않아도 뭔갈 챙겨 먹으려 한다. 가만히 있는게 쥐약이다. 그렇다고 건설적인 행동은 없다. 늦은밤이 되고, 자정이 넘고 해가 뜰 쯤 잠 들고, 같은 하루를 보내고 다시 월요일. 쉬었는데도 왜 이렇게 피곤하지. 아침에 눈 뜨기가 싫었다. 몸을 일으키기 싫었다. 씻기 싫었다. 출근길이 싫었다.

반복.


내가 나에게 발악했다.

정말 더이상 이렇게 살고 싶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