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변화의 시간

나를 위한 선택을 행동하는 사람이 될 수 있음을.

by 생각주머니

“외부영향을 잘 받아요. 예민하고, 스트레스를 잘 받아요.“

남들에게 가끔 저렇게 말을 할 때가 있었다. 나는 나를 잘 알고 있었다. 그건 내가 가지고 있는 나만의 기질이라 바꿀 수 없고 평생 안고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 삶이 남들보다 고난과 고통이 주기가 더 짧다고 여겼다. 나를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는 세상과 사람들이 피곤했고, 그럴수록 나는 움츠러 들어 "이불 밖은 위험해!"를 외치며 사회적 동물임을 스스로 거부하고 있었다. 그런 나에게 변화의 신호탄을 쏠 수 있는 책이 왔다.


"인생을 바꿔보려는 데, 목표를 이루는 데, 행복을 느끼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이 말을 꼭 들어봐야 해요. 문제는 당신이 아니에요. 진짜 문제는 당신이 모르는 사이에 당신의 힘을 다른 사람들에게 넘겨주고 있다는 거예요."

"남들이 자기 인생을 살게 내버려둘수록, 당신 인생은 훨씬 나아집니다. 그리고 사람들을 그냥 그들 그대로 두세요. 그들이 느끼는 걸 느끼게, 생각하는 걸 생각하게 두면 관계도 훨씬 편해질 거예요."

"우린 모두 본능적으로 모든 걸 통제하고 싶어 해요. 시간, 생각, 행동, 환경, 계획, 미래, 결정, 심지어 주변 사람들까지. 통제하고 있다는 것은 편안함과 안전함을 느끼게 해줘요. 그래서 나도 모르게 사람과 상황을 통제하려 들죠. 그러나 사실, 아무리 힘들게 애쓴다하더라도 당신이 절대 통제할 수 없고 다른 사람을 바꿀 수 없어요. 유일하게 통제할 수 있는 건 당신 자신뿐이에요. 당신의 생각, 당신의 행동, 당신의 감정 말이에요."
- 《렛뎀이론》, 저자 멜 로빈스


그래, 다른 사람들의 감정, 외부에서 일어나는 상황들에 민감하게 반응했고, 다른 사람들의 잘못된 말, 잘못된 말을 바로 잡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게 나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모른 채.


'렛뎀이론'을 바로 실천해보았다. 길을 가다가 사회질서에 반하거나 민폐를 주는 행동을 하는 사람이 있을 때 눈을 똑바로 바라보거나, 눈을 흘기거나, 고개를 절레 절레 저었던 지난 날의 나의 행동은 앞선 이야기들에서 기억할 것이다. 그런 사람을 보게 됐을 때, 그들을 통제할 수 없으니 그들이 그렇게 행동하도록 두고 우리 강아지와 내가 산책하는 시간을 망치지 말자는 생각을 했다. 신호위반을 해서 길을 건널 때 위협을 가하는 차량을 봐도 나와 강아지가 안전한 상황에 안도했다. 길에서 담배를 피는 사람들을 만나면 숨을 잠깐 참거나 길을 돌아가는 선택을 했다. 그런 행동들이 쌓이다보니 어느 새 모르는 사람을 그저 미워했던 마음이 조금씩 사라지고 있었고, 외부에 있을 때 내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관심이 가지 않다. 신기했다. 아! 내가 내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것들을 통제하고 싶었고, 통제하지 못함에 실망해 남을 비난하며 부정적인 생각과 안 좋은 감정을 나에게 계속 머물게 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몇년 전 친구와 템플스테이 체험을 했다. 친구가 낮잠을 자는 동안 산책을 하고 있었는데, 절 주변을 관리하던 보살님이 나에게 말을 건네셨다.

"화를 내지 마세요."

"화가 나요."

"그래도 화를 내지 마세요."

"화를 안내려 할 수록 더 화가 나요."

"집착을 하지 말아봐요."

보살님의 한마디에도 머리를 한 대 맞은 느낌이었다. 내가 집착을 하고 있기에 화가 자꾸 났구나. 당분간은 연습을 해보았지만 사실 그것조차 쉽지 않았다. 화를 내지 않으려고 집착을 안 해보려 다른 것에 신경써보고 다른 활동을 해보고 했지만 잘 이루어지지 않았다. 결국 냉소적이고 회의적인 사람이 되어 감정을 무색무취로 만들고 있었다.


보살님이 말씀해주신 집착을 하지말란 조언과 멜로빈스의 Let Them(내버려 둬라) 은 일맥상통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이 보살님의 조언에서 빠져 있었다. 그것은 바로 Let Me(나에게 집중하자). 나에게 일어난 상황과 감정을 그저 외면하고 덮어두려 했다. 꾸욱꾸욱 눌러 쌓아두고 있었다. 상황을 인지하고 나에게 일어난 감정을 마주 보고 나를 위한 선택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행동이 사실 필요했던 것이다. 안 좋은 감정, 부정적인 생각, 불안한 상상 등이 나에게 머물러 있지 않기 위해서 나는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가가 중요했던 것이다.


예전의 나였으면 아는데 그게 안된다고, 나는 원래 그런 사람이라며 변화의 기회를 외면하고 머물러 있었을 것이다. 오늘을 살며 과거를 곱씹었을 것이다. 이젠 안다, 나에게 제대로 변화할 수 있는 때가 왔음을. 노력해도 변화가 되지 않는다며 자책했던 예전의 나에서, 나를 위한 선택을 행동하는 사람이 될 수 있음을. 이렇게 하나씩 깨닫고 이렇게 하나씩 돌아보고 이렇게 하나씩 실천해보면 된다. 할 수 있다는 믿음, 그리고 나도 모르게 일어나는 신체적 활동과 뇌의 영향으로 벌어진 일도 있다는 것을 알면 된다.


나는 나를 잘 알았다. 그러나 내가 하는 행동과 생각과 말들이 나에게 어떻게 영향을 주고 있는 지는 잘 몰랐다. 멜 로빈스의 《렛뎀이론》을 읽으며 나를 위한 노력들에 어떤 것들이 더 있는지 알아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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