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렛뎀이론》 - 멜 로빈스
출근 인스타그램 스토리만 나의 만성 불안감에 영향을 준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나는 집에 있는데 화려한 음식 사진을 본다던가,
나는 집에 있는데 이국적인 곳의 숙소나 관광지 사진을 보게 된다던가,
나는 집에 있는데 누군가는 헬스장에 있거나 러닝을 뛴다던가,
나는 집에 있는데 내가 아는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여 있는 사진을 봤을 때,
나도 모르게 너희는 그렇게 지내는 데 나는 그렇게 지내지 못하는 것 같은 생각이 내 마음 한편에 차곡차곡 들었을 것이다. 그런 불만족들이 가늠하지 못할 만큼 쌓였을 것이고, 설득력 없는 위로와 발전 없는 합리화만 남아 나 스스로를 제자리걸음 걷게 하고 뒤처지게 만들고 있었을 것이다. 텅 빈 마음을 조금이나마 채우기 위해 대면의 만남은 의도적으로 피하고 있으면서 인스타그램 좋아요 수는 기대했을 것이다.
그래서 인스타그램은 과감히 지웠지만 대체재로 쓰레드를 열심히 하기 시작했다. 인스타그램의 스토리와 릴스만 보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쓰레드는 인스타그램과 다르게 글로 이루어져 있고, 도전과 성찰의 글이 있다며 자주 드나들게 되었다. 글을 남기고,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을 달았다. 내 글에 달리는 반응들과 늘어나는 구독자 수가 뿌듯했다. 유튜브 또한 인스타그램과 다르다고 생각했다. 쇼츠만 보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브이로그, 여행기, 팟캐스트, 과학이야기, 인물이야기, 기업이야기 등 공부가 되고, 정보를 얻는다는 명분하에 무덤덤하게 영상들을 봤다. 사실 기억에 남진 않는다.
그런 행동들의 영향을 미처 알지 못하면서 유튜브 홈에서 볼만한 인문학, 지식 관련 영상이 없나 무심하게 스크롤하던 때였다. 하나의 썸네일이 내 눈에 띄었다. 사실 확 띈 것도 아니었다. 내가 구독하지 않은 채널 <미키피디아>의 그것이었다. "실망, 질투 많은 한국인? 감정 다스리는 법(2025. 8. 27 업로드)"의 영상을 클릭했다.
"남들의 생각과 기대, 기분에 얼마나 많은 힘을 내주고 있는지예요. 내가 통제하지 못하는 사소한 일들. 교통체증과 무례한 사람한테 내 에너지를 빼앗기고 스트레스받는 건 정말 멍청한 일이죠. Let Them(내버려 두자). 쓸데없는 것에 힘을 주지 않는 방법입니다. Let Me(나에게 집중하자). 내가 무엇을 생각할지는 내가 정한다. 무엇을 할지 안 할지는 내가 정한다. 하루 종일 생겨나는 감정에 어떻게 반응할지를 내가 정한다. 절대 통제할 수 없는 건 다른 사람들이에요. 바꿀 수 없는 걸 바꾸려 하면 그건 곧 내 스트레스가 됩니다. Let Them! 그냥 두세요. 그러면 내 삶이 나아집니다."
어랏! 멜 로빈스라는 사람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공진단을 먹은 것처럼 내 몸에서 촤악 퍼지는 기분이 들었다. 유튜브 채널 <노매럴>에 올라온 오프라윈프리 채널에 출연한 멜로빈스의 인터뷰를 번역한 영상을 찾아봤다. "[풀버전] 그들의 감정은 내 몫이 아닙니다(2025. 2. 18. 업로드) 미국 아마존 서적 1위 [The Let them Theory] 저자 인터뷰 | 멜로빈스" 즉시 영상을 클릭했다.
"당신은 정말 사소한 일에 당신의 생명력을 다 쏟아붓고 있어요. 그러니까 그렇게 지치고, 벅차고, 늘 당신이 당신의 우선순위의 맨 끝에 있는 거예요. 그건 바로 당신이 천 개의 작은 상처들로 죽어가는 것을 스스로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죠. 다른 사람의 기분, 무례한 낯선 사람들, 뉴스 속 헤드라인 같은 것들이 당신한테 영향을 미치게 내버려 둔다는 거예요. 그럴 때 그냥 이렇게 말하는 거예요 — 내버려 두자(Let them). 그건 ‘이건 내 통제 범위를 벗어난 일이야. 그러니까 여기에 내 시간과 에너지를 쓸 가치가 없어.’라고 인식하는 행동이에요. 그리고 당신이 스스로를 존중하고, 사랑한다면 당신의 시간과 에너지를 진짜 가치 있는 것에 집중하게 될 거예요. 그게 바로 '나에게 집중하자(Let me)'가 되는 겁니다."
무분별한 스크롤링을 하면서도 떨어지는 집중력으로 뭐라도 하나 건져보려고 했던 곳에서 인생 책을 만났다. 멜 로빈스의 책 《렛뎀이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