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디톡스 공간 지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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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김없이 손님이 없는 어느 금요일이었다. 8시가 다 되어 퇴근하려고 설거지를 하고 있었다. 평소와 다르게 조명과 음악을 켜둔 채로 하고 있었는데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싱크대 앞에서 문이 보이지 않는 구조다. 음? 그냥 누가 왔나 보러 나갔는데, 직감적으로 알아챌 수 있었다. 손님이었다! 가격을 낮춘 지 채 1시간도 되지 않아 손님이 들어오게 된 것은 설명할 길이 없다. 예정에 있었던 것인지 정말 우연히 가격을 낮춘 타이밍에 검색을 했거나 안내문을 봤거나. 이러나 저러나 오픈 4주차에 손님이 왔다는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성분이었는데 글을 쓰다 책을 읽다 갔다. 4주차 만의 첫 정시 퇴근이었다. 하하하하하. 1명 왔다고 마냥 기쁠 수는 없었지만 싹을 틔운 희망을 안고 집으로 갔다. 다음 날 오픈 후 어김없이 SNS에 <공간디디>를 알리는 글을 올리고 있었는데 쓰레드에 오픈 전부터 오기로 한 분이 오늘 방문을 하겠다며 답글을 남겼다. 어? 정말? 하지만 오겠다고 한 사람만 20명 가까이 되지만 3주 동안 아무도 오지 않았기에 반신반의 하고 있었는데..... 정말 오셨다! 오자마자 4시간을 끊고 자리에 앉아 책을 읽으셨다. IT 업계에 일하시는 분이라 디지털디톡스가 정말 필요해 가끔 캠핑을 갔는데 집 근처에 이런 곳이 생겨 정말 반가웠다고 하셨다. 그렇게 두번째 손님의 응대를 마치자마자 네이버 예약이 울렸다. 2명! 정말 가격을 낮춰서인건가? 종일제에서 시간제로 바꿔서인건가?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앞으로도 모를 것 같다. 예약한 두 분은 2시간 반 정도를 머물렀다. 흐흐 이제 점점 자리가 채워지려나보다, 내가 틀리지 않았나보다 싶었다.
반짝 손님의 방문을 지나 이틀동안 다시 손님이 없었다. 역시 아직은 아니구나 싶었다. 그렇게 텅 비어있던 이틀 후 또 8시에 직장인으로 보이는 분이 2시간을 꽉 채워 이용하고 가셨다. 아.. 다행이다. 하루를 건너 한 분의 손님, 그 다음 날 한 분의 손님, 그 다음날 두 분의 손님, 그리고 또 그 다음 날 두 분의 손님, 하루를 거르고 또 두 분의 손님.
<공간디디>의 블로그를 시작하고 하루 하나씩 올려보자는 마음으로 업로드를 하고 있었는데 오전에 이용하고 싶은데 못 가서 아쉽다고 어떤 분이 댓글을 남겨 주셨다. 바로! 즉시! 당장! 오전 이용 예약을 열었다. 안 그래도 지난 주말 오전 10시에 예약했다 오픈 시간이 아니라며 취소한 분이 계셔 마음이 찜찜했는데 이 기회에 대관 뿐 아니라 <공간디디> 이용으로 오전 시간을 열어야겠다 싶었고 바로 움직였다. 블로그 댓글 문의 주신 분은 예약을 열자마자 예약을 하고 딸과 이용을 하고 가셨다. 처음으로 사물함에 휴대폰을 보관한 이용객이었다! 다음에 또 오겠다(희망고문)는 말을 남기고 가셨다. 오후에는 출입문 앞을 기웃거리는 분이 계셔 문을 열고 응대를 했더니 한달만의 공원 산책에 이렇게 좋은 곳이 생긴 줄 몰랐다며 짐을 챙겨 오시겠다고 하시며 가셨다. 그렇지만 오지 않으셨다. 그 분의 기억 속에 존재하는 공간이 되었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자주 오는 공간의 특성이 아니다 보니 언젠가는 오시지 않을까 싶다.
'그럼 그렇지.', '그래도 진짜?', '이건 아니었나.', '에이 설마.', '와 이거 큰일났네'의 롤러코스터를 탄 지 3주가 지나면서 색이 바랜 현수막을 새로 달고, 전단지를 만들어 돌리고, 동생의 도움을 받아 릴스를 만들어 SNS에 올리고, 지인들의 조언으로 애견동반 카페로 변경, 1만원의 종일권(음료, 다과 포함)에서 4천원의 시간제(음료, 다과 미포함)로 변경하고, 동생이 제일 강조했던 휴대폰 보관을 자율 선택으로 하면서 조금씩 물꼬가 트이고 있는 것 같다. 블로그 체험단도 시작했으니 더욱 알려지리라 본다.
인생은 절대 혼자 흘러가는 법이 없다. 부동산 사장님도 찾아오셔서 차와 과자를 하나씩 결제해 주시며 시작한 순간부터는 모두 나의 책임이고 내가 해결해 나가야한다는 것을 잊지 말고, 지나가는 거지도 이 곳의 손님이 될 수 있다는 마음으로 간절하게 하라고 하셨다. 잊고 있었다. 세상에는 좋은 사람이 참 많다는 것을. 좋은 사람이 되겠다는 내 다짐과 함께 <공간디디>를 잘 키워 나갈 방법을 열심히 강구해 봐야겠다.
(이봐! 옆에 둔 책부터 좀 읽어!!)
-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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