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일이 사라지자, 나는 흐릿해졌다.
#2. 일이 사라지자, 나는 흐릿해졌다.
일이 사라지자, 나는 흐릿해졌다.
심연의 나와 마주한 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홈쇼핑 PD로 일할 땐, 눈코 뜰 새 없는 와중에도 책을 읽고 주식을 공부했다.
그 시간들이 버겁기보단 벅찼다.
그런데 퇴사 후, 그 일상이 낯설게 멀어졌다.
무기력은 그렇게 서서히 스며들 듯 찾아왔다.
그 즈음 인간관계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
아이 엄마들의 늘 비슷한 대화 패턴—자식 자랑, 학원 정보, 타인 험담—속에 나는 점점 지쳐갔다.
결국 스스로 외로움을 택했다.
철저히 혼자가 되자, 나는 묻기 시작했다.
내가 누구인지, 무엇에 흔들리고 무엇에 살아나는 사람인지.
긴 방황의 시간은 헛되지 않았다.
다양한 사람들과의 교류로
지적 호기심을 충족하고 인사이트를 얻는 과정이
날 살아있게 만드는 키였다는 걸 알게 됐다.
옆 자리 선후배와 나누던 신변잡기의 대화,
사업부장의 늘어지던 일장연설조차도
내 뇌에 신선한 산소를 주입하고 있었음을
이제야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무한한 시간 속에 홀로 놓이고 나서 깨달았다.
그토록 지겹던 일상이, 내 자존감을 숨 쉬게 하는 호흡이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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