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하고 나서야 알았다. 일은 나를 떠나지 않았음을#2

#2. 일이 사라지자, 나는 흐릿해졌다.

by ISFJ의 하루
#2. 일이 사라지자, 나는 흐릿해졌다.

yanny-mishchuk-qVp4R72MK3s-unsplash.jpg Unsplash의Yanny Mishchuk / 심연의 나를 만나다


일이 사라지자, 나는 흐릿해졌다.

심연의 나와 마주한 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홈쇼핑 PD로 일할 땐, 눈코 뜰 새 없는 와중에도 책을 읽고 주식을 공부했다.

그 시간들이 버겁기보단 벅찼다.

그런데 퇴사 후, 그 일상이 낯설게 멀어졌다.

무기력은 그렇게 서서히 스며들 듯 찾아왔다.


그 즈음 인간관계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

아이 엄마들의 늘 비슷한 대화 패턴—자식 자랑, 학원 정보, 타인 험담—속에 나는 점점 지쳐갔다.

결국 스스로 외로움을 택했다.


철저히 혼자가 되자, 나는 묻기 시작했다.

내가 누구인지, 무엇에 흔들리고 무엇에 살아나는 사람인지.


긴 방황의 시간은 헛되지 않았다.

다양한 사람들과의 교류로

지적 호기심을 충족하고 인사이트를 얻는 과정이

날 살아있게 만드는 키였다는 걸 알게 됐다.


옆 자리 선후배와 나누던 신변잡기의 대화,

사업부장의 늘어지던 일장연설조차도

내 뇌에 신선한 산소를 주입하고 있었음을

이제야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무한한 시간 속에 홀로 놓이고 나서 깨달았다.

그토록 지겹던 일상이, 내 자존감을 숨 쉬게 하는 호흡이었음을.


#자존감 #퇴사후 #나를찾는중 #브런치연재 #무기력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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