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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 센시티브 Sep 13. 2022

아동의 권리


 아동의 권리실현을 위한 법적 구속력을 갖게 한 국제협약으로 ‘유엔아동관리협약’이 있다. 우리나라 역시 당사국이 되어 아동에 권리실현을 위한 일에 힘쓰고 있다. 아동권리 협약상의 아동권리에는 생존권, 보호권, 발달권, 참여권의 기본요소가 있다. 


 ‘권리’에 대해 곱씹어본다. 국민의 권리, 학생의 권리, 직장인의 권리, 부모의 권리, 사회적 약자의 권리. 권리라는 말로 인간의 존엄을 훼손시키지 않으려 하지만 실상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어떠한가? 불합리한 것에 인내하며 불평등과 소외의 경험은 많은 사람들이 겪었을 것이다.

 아동의 권리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다. 아동을 방치하고, 학대하며, 제대로 된 영양섭취 조차 제공하지 않는 부모들을 뉴스를 통해서 볼 때마다 마음이 불편했다. 아동의 생존권을, 보호권을 어른들이 지켜주지 않으면 아이들은 제대로 성장할 수가 없다. 


 국가인권위원회가 기획한 책인 ‘있지만 없는 아이들’ 에서는 미등록 이주아동 이야기가 나온다. 은유작가가 이주아동, 이주인권활동가, 이주아동을 지원하는 변호사, 이주아동의 부모를 만나 인터뷰를 담은 책이다. ‘있지만 없는 아이들’이라니. 어둡고 서늘한 기운이 들었다.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야기와 다를 게 없으니까. 

 책에서 정의한 ‘미등록 이주아동’은 이주민 부모를 따라 한국으로 이주했거나 한국에서 태어난 아동 중 부모의 체류자격 상실, 난민 신청 실패 등 다양한 이유로 체류자격이 없는 아이들을 말한다. 국내에 있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는 20~30만명, 미등록 이주아동은 2만명 정도가 된다고 한다. 생계를 위해, 더 나은 삶을 위해 한국으로 온 외국인 부모와 아이들. 한국에서 태어난 아이들. 그들의 삶은 치열했고 존재에 대해 고통스러운 감정을 갖기도 했다.  


 책을 읽기 전까지는 우리나라에 미등록 이주노동자와, 미등록 이주아동의 인구가 이렇게 많이 있다는 걸 알지 못했다. 그러니까 우리나라에서 2만명의 미등록 이주아동은 주민번호를 만들지 못해 의료비의 혜택을 받기 어렵고, 본인 이름으로 인증할 수 있는 시스템을 사용하지 못하며, 대학을 가기 어려운 환경에 처해있다는 현실이다. 유엔아동권리협약에 따라 미등록 이주아동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교육권을 보장받을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문제는 살아가는 동안의 불편함,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성인이 되면 본국이지만 말도 할 수 없는 곳, 언어도 모르는 낯선 곳으로 가야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과 미래에 대한 기대도 할 수 없게끔 만드는 환경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문제였다. 존재하는 아이들에 대해서 너희는 존재하고 있다고 증명해 보이는 것. 어른들이 인정해주고 지켜주어야 할 일이다. 


 책에 나와 있는 이주 아동인 ‘페버’와 ‘김민혁’의 이야기는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미등록 이주아동에서 체류자격을 얻게 된 스토리에는 함께했던 이들의 애정이 녹아 있었기 때문이다. ‘페버’는 나이지리아 부모를 두었고 한국에서 태어났다. 합법적인 비자로 한국에서 일했지만 시간이 지나고 아버지가 비자문제로 본국으로 출국해 돌아오지 못하면서 페버는 갑자기 불법체류자가 되었다. 페버는 열여덟살에 공장에서 일하다가 불법체류에 적발되어 보호소에 있었고 강제퇴거명령을 받았다. 언론 보도 후 사연이 알려진 후 시민과 이웃들의 탄원서를 통해 석방이 되었고 소송을 제기해 승소하면서 체류자격을 얻게 되었다. 이후 대학도 진학하게 되었고, 취업비자 신청에도 합격했다. 귀화나 영주권 비자 신청 준비계획도 있다고 한다. 교회에서 드럼 치는 게 취미라는 페버, 반에서 1등을 할 만큼 공부도 잘하고, 연애상담도 잘한다는 페버. 그는 말했다. 

p82 “왜 한국에서 계속 살고 싶으냐고 묻는 사람이 있어요. 저는 이 질문을 한 사람에게 그대로 되돌려주고 싶어요. 그럼 왜 당신은 한국에 살고 계시나요? 똑같아요. 저는 이곳에서 태어나 자랐어요. 그러니까 여기에 사는 거죠. 만약에 제가 나이지리아에서 태어나 자랐으면 아마도 거기 살지 않았을까요? 꼭 특별한 이유가 있어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김민혁’은 이란에서 태어났고 일곱 살 때 사업을 하시는 아버지를 따라 한국에 왔다. 중학교 때 종교적 이유로 난민신청을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2주안에 이란에 돌아가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고 한다. 이를 알게 된 선생님과 친구들은 단 0.1%의 가능성을 두고 민혁을 도왔다. 국민청원, 피켓시위 등 할 수 있는 방법을 동원해 힘이 되어 주었고 그의 옆에 있어주었다. 난민인정까지 3년의 기간이 걸렸지만 어려운 시간을 감내할 수 있었던 건 친구들과 선생님, 주변사람들의 지지와 믿음 때문이 아니었을까?  왜 이렇게까지 나를 도와주냐? 라는 민혁의 말에 친구는 이렇게 답했다. 

p116 “내가 너를 돕지 않고 그래서 네가 이란에 돌아갔는데 혹시라도 무슨 일을 당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면 평생 지우지 못할 죄책감이 들 것 같아

- 있지만 없는 아이들 中에서 - 

 민혁을 도운 친구들은 난민 인권강사로 활동을 하고 민혁은 본인의 도움이 필요한 곳에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한다고 한다. 혐오차별에 대한 캠페인에 참여하기도 하고, 고등학교에서는 인권부 활동을 하며 고교패션위크에서는 패션모델로 서기도 한다. 그의 행보가 기대된다. 어려움을 함께 하며 힘을 내주고 연대하며 서로를 돕고 도우며 자라나는 아이들. 존재의 가치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아이들. 나는 눈시울이 불거진 채 아이들의 따스함과 우정에 대해 생각했다. 어여쁜 진심에 감사하다. 


 ‘민혁’과 ‘페버’ 처럼 체류자격을 얻은 친구들도 있지만 반대의 상황에 놓여 있는 친구들은 더 많을 것이다. 그래도 희망을 잃지 않기를, 최선을 다하길 바래본다. 살아갈 권리에 대해서, 보호받을 권리에 대해서 우리는 다시 한 번 자각하며 주변을 돌아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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