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oonlight Feb 04. 2018

# 외할머니, 다시 만나요. 우리!

외할머니, 아침 식사는 하셨어요?

저는 아직이에요. 한 번 더 할머니 그리워하고 먹으려고요.   
 

이제 4일 지났네요. 할머니가 이승에서의 긴 여행을 마치고,

얼마나 길고 또 외로울지도 모를 다른 길로 떠나신 것이요.

아니다. 아마 그곳은 이곳보다 훨씬 더 따뜻하고 포근하겠지요.     


참, 할머니. 할머니의 엄마, 아빠는 만나셨나요?

항상 저희를 안아주셨는데, 이별하고 나니 이제야 할머니도

엄마, 아빠 품이 그리웠겠다는 생각이 드는 거 있죠.     


오늘은 엄마, 아빠의 품에 안기기도 하고,

내일은 외할아버지 손을 잡고 꽃길을 걸어보세요.

그리고 가끔 제 꿈의 주인공으로 오셔서 자랑도 해주시고요.     


-
외할머니, 우린 너무 불공평하게 만났어요.

만나자마자 할머니는 할머니였고,

전 너무도 철없는 어린애였으니까요.     


아무리 찾아봐도 할머니의 어릴 적 사진이 없어요.

수줍은 소녀였을 때, 꿈 많은 숙녀였을 때가 보고 싶은 데 말이죠.

누구와 함께 웃었고, 어떨 때 울었고

또 삶의 무게 속에서 피우지 못한 꿈이 무엇이었는지

이제야 궁금해졌거든요.     


그러니 다음엔 우 일찍 만나요.

함께 놀이공원도 가고, 영화를 보며 팝콘도 먹고,

계절마다 꽃이 피고 지고 잎이 물드는 곳으로 여행을 가요.

앙상한 겨울엔 비행기를 타고 따뜻한 곳으로 떠나기도 하고요.     


장례를 치르는 동안,

유난히 눈물이 많이 흘렀지만

그래도 정말 정말 행복했어요.    


또다시 문득문득 눈물이 흐르겠지만

슬퍼서가 아니라 우리의 인연에 감사함이랍니다.     


사랑해요.



(이미지 : ⓒmarivi pazos출처 unsplash)    

매거진의 이전글 위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