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하는 이야기_03

나이듦에 대하여

by moonlight


+나이듦에 대하여

출근을 준비하며 거울 앞에 섰더니 흰 머리카락이 선명하게 눈에 띄었다. 옆머리에서 삐죽이며 수줍게 고개를 내밀던 녀석들이 최근 본격적으로 앞머리까지 장악하기 시작했다. 집게로 뽑아서 뿌리를 없애버릴까 했지만, 요즘 부쩍 심해지는 탈모를 생각하니 손가락이 머뭇거린다.


그날 저녁, 둘째 아이가 <이상한 과자 과제 전천당>을 읽고 있었다. 전천당은 소원을 들어주는 과자를 파는 곳으로 이곳의 주인 베니코는 새하얀 머리칼을 말아 올려 여러 개의 비녀를 꽂았다. 책에 등장한 에피소드를 재미나게 이야기하던 중 그를 두고 아내가 '할머니'라고 부르자, 아이는 '할머니 아니야'라고 맞섰다.


아내는 할머니로 판단한 근거로 흰 머리카락을 들었고, 아이는 피부에 주름이 없음을 할머니가 아닌 근거로 들었다. 이어 머리칼을 염색할 수 있다는 것과 피부 또한 시술로 팽팽하게 유지할 수 있다는 반박이 오갔지만, 흰 머리카락도 많아지고 눈가는 물론 피부 전반에 주름이 퍼져가는 나에겐 둘의 대화가 공허하게 들릴 뿐이었다.



늙어간다는 것, 나이든다는 것은 무엇일까



조금만 계단을 올라도 숨이 찬다거나 타인의 말이 내 귀를 통과해 머리로 이어지지 못하고, 주위의 반응에 아랑곳하지 않고 내뱉은 말을 반복하는 등 신체의 구조와 기능이 점진적으로 퇴화하는 노화를 뜻하는 것은 아닐 테다.


그럼 대체 어떤 의미일까


남들이 찾은 해답에 기웃거리다가 우연히 미국의 노인의학 전문의인 루이즈 애런스의 책 <나이듦에 관하여, Elderhood>를 만났다.


책을 읽어도 나이듦이 무엇인지 또렷하게 알아채지 못했지만,

기억에 남는 그의 말


"늙는다는 것은 절대로 두려워할 일이 아니다. 늙음이 선사하는 절대자유가 얼마나 놀랍고 감동적인지 아는가"


그래서 오늘부터 절대자유에 한걸음 내딛기로 했다.

나에게 주어진 하루가 놀라운 감동으로 충만하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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