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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light Jan 17. 2024

완벽이라는 불완전


흠이 없는 구슬을 뜻하는 완벽(完璧)

완벽한 상태가 존재한다 믿으며 이를 위해 노력하는 완벽주의자(Perfectionism)


우리는 일상에서

'넌 정말 완벽주의자 같아'를 칭찬으로

'사람이 어떻게 완벽할 수 있어'를 위로로

사용합니다.


호의로 들려주는 말이겠지만

나에게는 어떠한 동기부여도 되지 못합니다.


왜냐고요?


그러게요.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굳이 원인을 찾아보자면


'완벽'이란 단어가 주는 불완전함이랄까요.



일에서, 관계에서 완벽함을 추구하고 싶었어요.

상사가 요구하는 대로, 상대가 원하는 대로

나를 바꾸어가며 열심히 했어요.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말이죠.


하지만 그런 완벽함은

나를 나로부터 완벽히 멀어지게 하는 것이더라고요.


애초에 '완벽'이란 녀석은

내 삶에, 관계 속에 존재하지 않았더랬죠.


내가 완벽을 기해 작성한 보고서를

재활용도 안 되는 쓰레기라 치워버리는 상사를 어제도 만났잖아요.

저 또한 누군가의 의견을 그렇게 대했을 수도 있고요.


나에게 완벽은 그대에게 완벽일까요?

내게 완벽한 상황이 그대에겐 완벽한 구속이라는 것을

이미 경험하고 있잖아요.


그게 어제였잖아요.


오늘부터 일상에 흠집을 내기로 했어요.


살짝살짝 넘어져 무릎에 상처가 나면

허리 숙인 자세로 꽃을 보아요.


설왕설래 다투다 마음에 상처가 나면

분노하던 공간에 고요를 채워요.


그렇게 야금야금 흠집과 상처의 자리가 생기면

거기서 사소하고 소중한 일상이 하나씩 돋아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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