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내 취향저격!
이렇게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가을 나뭇잎이 아래로 흘러 앙상하게 변해가는 지금.
아빠에게 21개월 아이를 선사하고 외출을 감행하는 아내와 첫째.
이런 날씨에 별자리 체험을 하러 간다니. 물론 예약한 것이라 변경하기 어려운 것은 알지만 말이다.
사실 이런 나의 투털거림은 두 분의 외출이 아니라 둘째와 오롯이 둘만의 시간을 갖게 되는 것에 대한 깊은 감동으로 몸 둘 바를 몰랐기 때문이다. 낮이면 밖으로 나가서 신나게 뛰놀다가 푹 재우면 되지만, 비가 오는 날의 오후에 집에만 있어야 하는 상황에서 둘째가 자야 할 시간이 지나서야 아내와 첫째가 귀가한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불과 두 달 전 첫째 친구와 엄마들의 모임이 있어 둘째와 덩그러니 둘만 남게 되었다가, 아파트 주위를 수차례 방황하고서야 결국 지쳐 겨우 나의 품에 안겨서 (엄마, 엄마를 중얼거리며) 스르르 눈물과 함께 눈꺼풀을 내렸던 녀석을 나는 아직 잊지 못했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현실이니까.
텔레비전을 보며 먹는 것을 준비했기에 첫째와 아내가 외출하는 상황에서는 쿨하게 인사를 나누며 서로의 길을 축하했다. 그리고 10분이 지나자 글라스데코를 시작한다. 다시 3분 후 스케치북에 데코를 시작하고는 곧바로 자신의 바지와 방바닥에 데코를 시작한다. 아~ 그래도 내가 마음을 단단히 먹은 덕에 달력을 찢어 바닥에 펼치며 가능한 구역을 정해준다. 아직 기분은 괜찮다.
갑자기 현관으로 뛰어가 '엄마'를 외친다. 글썽이는 눈물을 보고서도 태연하게, "엄마랑 언니가 체험을 갔어. 한참 지나서 올 거야. 우리 숨기 놀이할까?" 하며 응답도 듣지 않고 바로 의자 뒤에 숨고는 "아빠~ 숨었다. 찾아라~" 하고 외친다. 하하. 녀석이 움직인다. 다행이다.
과자를 먹고, 이불 위를 구르고, 다시 저녁을 먹고, 인형 놀이를 했다. 그런데도 아내의 귀가 시간은 아직 한 시간이 넘게 남았다. 또 갑자기 현관으로 뛰어가더니 이제는 신에 발을 꾸역꾸역 넣더니 내면의 짜증을 최대로 끌어올려 "엄마! 엄마!" 하며 운다. 옷도 입고, 양말도 신고, 외투를 입고서 엄마 마중을 가자는 나의 말을 알아들었는지 다시 안으로 들어온다. 다행이다.
갑자기 기저귀를 갈아야 한다며 아이를 눕히고 또 씻어야 한다며 욕실로 녀석을 몰아간다. 샤워기 소리를 듣고 방긋 웃자, 나는 언니의 실내화를 꺼내어 함께 "빨래 체험"을 하자며, 빨랫비누와 칫솔을 가지고 둘이 마주 앉아 하염없이 닦는다. 다시 아이가 지겨워할 즈음 이제 몸을 씻고 닦고, 로션 바르고, 속옷을 입혔다. 또다시 현관으로 향하는 녀석에게 문을 열어 비 오고 바람부는 상황을 알리고는 목도리와 외투를 준비한다. 그러다 휴대전화를 열어 엄마, 언니와 함께 놀았던 사진을 보여주며, 그때의 이야기를 주저리주저리 이야기한다. 덜커덕. 문이 열린다. 아내다!
휴!!!
그리고 내 귀에 울리는 노랫소리(iKON, '취향저격')
+ 너는 내 취향저격, 난 너를 보면 가지고 싶어서 안달이 나. 자기 전까지도 생각이 나. (중략)
+ oh. oh. 너의 가녀린 미소. oh.oh. 나를 보는 눈빛도 흠잡을 데가 없어. 한시도 지루할 틈이 없어. perfect.
맞아. 난 둘째와 둘이 있으면 정말 한시도 지루할 틈이 없는데.
분명 넌 나의 취향저격인데 말야. 근데 난 왜 이렇게 안절부절못하는 것일까?
우린 정말 엄마 없이, 오롯이 둘이서 연애할 수는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