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이야기의 마력

by moonlight

아빠 육아가 시작되면서 점점 둘째와 둘만 남는 시간이 잦아진다. 아이와 나는 예상만큼 서로를 힘들어 하다가도 신기하게 엉뚱한 면에서 웃고 타협점(?)을 찾기도 한다.


이제 놀이와 식사에선 어색함이 없지만 유독 잠 잘 때면 눈물과 콧물을 쏟으며 정말 애타게 엄마를 불러대는 녀석.


낮잠 시간이 지났다. 이 경우 대개는 아이의 행동은 과해지고 나의 마음은 조급해진다. 그러나 오늘은 최대한 평정심을 유지한다. 아무렇지 않은 듯. 내가 당황하거나 조바심내면 아이의 페이스에 말리게 됨을 몇 차례 학습했기에 오늘은 다른 전략을 구사하기로 한다.



"쭉쭉아~ 쭉쭉아. 이리와서 누워봐." 그리고는 아빠의 걸죽한 중저음이 울리기 시작한다.

"아주 멀고 먼 옛날(하하. 이야기의 시작은 늘 이런 식이다.)
(둘째가 좋아하는 인형을 데려와 옆에 눕히고는) 양이랑 고양이가 살았데.
근데 하루는 양이 고양이에게 고양이 말로 야옹야옹하면서 놀이터에 가자고 한 거야. 그런데 고양이는 계속 누워만 있었어. 알고 보니 아침 밥을 천천히 먹지 않고 허겁지겁 급하게 먹다가 그만 체하고 말았지. 그래서 놀러 온 양이 의사가 되어 치료를 해주었어. 입을 벌려 보고 체온도 재고......."

말도 안 되는 이상한 이야기가 솔솔 뿜어저 나오는 아빠의 입을 가만히 쳐다보던 둘째가 나의 팔을 살며시 잡아 당기고는 수줍은 듯 얼굴을 묻는다. 그리고는 곧 쌔근쌔근~^^


앗! 성공이다!

마치 사랑의 고백을 받아들인 여인이 내 품으로 쏘옥 안기는 느낌이랄까. 하하하.

이 맛에 육아를 하나보다.

내일은 어떤 이야기를 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