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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light Jan 28. 2016

행복에 관한 선행학습

초등 1학년인 첫째 쑥쑥이의 겨울방학이 끝났다. 아이에겐 '벌써?'겠지만, 나에겐 '이제!'다. 휴~    


한 주가 지나면 명절 연휴이고, 또 한 주가 지나면 종업식이다. 그리고 보름이 지나면, 쑥쑥이는 초등 2학년이 된다. 휴~   


전자의 ‘휴~’가 시원함이라면 후자의 ‘휴~’는 답답함이 되겠다.     


날씨가 추워지고 방학이 되면서 쑥쑥이의 친구들은 놀이터 대신 학원으로 향했다.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위한 배움도 있지만, 2학년 혹은 3학년 과정을 위한 준비도 있다. 초등 3학년 때 배운다는 영어를 벌써 상당한 수준까지 선행한 친구들이 있다는 것은 전혀 낯설지가 않다. 이런 현실은 나에게 답답함이기도 하고 두려움이기도 하다.     


1년 전 쑥쑥이가 초등학생이 되면서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친구들과 사이좋게 재미난 생활을 했으면 바랬다. 그래서 사교육 없이 방과 후 놀이터에서 놀다가 집에선 TV도 보고 책도 읽으며 가끔씩 학교에서 주어진 과제를 했다. 물론 아주 가끔(아빠 기준에서) 만화책 읽기를 제지했으며, 친구와의 만남을 볼모로(아이의 기준에서) 일기를 쓰게 하고 매일 수학 문제집을 1장씩 풀게 했다.  아옹다옹하면서 말이다.     


시간이 지나 곧 또 다른 봄이 올 것이다. 그러면 많은 친구들이 놀이터가 아닌 학원에서 만나고, 자신도 모르게 경쟁을 시작할 것이다.     


과연 쑥쑥이는 어디에 있을까?    


아빠가 제도권 교육의 경쟁에서 완전히 자유로워 아이의 건강과 무사 졸업만을 바라는 사람도 아니고, 육아와 교육에서 뭔가 뚜렷한 철학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니 이래저래 흔들린다. 또,     


얼마 전부터 한 교재로 영어 듣기를 시작했는데, 처음엔 지겨워하던 녀석이 이제는 집중해서 참여한다. 음악에 맞춰 흥얼거리기도 하고, 글자도 모르는데 다음 장 내용을 짐작해 말하는 모습을 보면 그동안 쑥쑥이에게 경쟁의 기회를 뺏은 것이 아닐까 하는 미안한 마음도 생긴다.     


언제나 시원하게 답을 내리지 못하는 결정장애 아빠는,

영어와 수학에 대한 선행학습 말고 행복에 관한 선행학습을 생각다.     


미래의 행복을 찾아 오늘을 꾸여꾸역 버티던 아빠와 달리,

지금 당장 여기서 함께 웃을 수 있는 아이였으면 하는 바람으로 말이다.     


그러다 곧바로 난관에 봉착한다.     


도대체 행복은 뭘까?


아빠의 고민을 아는지 모르는지,

쑥쑥이는 혼자서도 신 나게 자신이 꿈꾸는 동물생태관을 만들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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