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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light Jan 31. 2016

응답하라 나의 마니또!

“엄마! 엄마!! 우리 마니또 게임해. 내가 뽑은 친구한테 편지, 간식, 선물을 주는 거래. 대신 들키면 안 돼.”

“하하. 너는 누굴 뽑았어?”

“응~ 비밀인데. Y이야. 선물 사러 가자~”   

 

기대와 호기심으로 가득한 얼굴을 엄마에게 들이밀고는 선물을 사야 한다며 문구점으로 향하는 첫째 쑥쑥이. 오늘만큼은 막무가내다.    


자기 마니또로부터 선물을 받지 못해도 서운하지 않을 정도의 선물을 마니또에게 준다는 규칙대로 선물을 골랐지만, 녀석은 나는 어떤 선물을 받을까, 하는 기대감과 나만 선물을 못 받으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의 경계에서 갈팡질팡하며 놀이의 시작을 즐기고 있다.

집으로 돌아온 쑥쑥이는 편지를 쓰 간식을 챙겨 선물과 함께 책가방에 넣는다.

그리고는    


“내일 Y에게 주고 싶은데, 나란 걸 들키면 안 되잖아. 어떻게 주지?”

“음~~ 그러게. 어떤 방법이 있을까? 옆에 친구도 보면 안 되지?”

“응. 수업 끝나고 친구들 집에 가면 다시 교실로 가야겠다. 으흐흐. 들키는 건 아니겠지?!”    


다음날.

두근거리는 가슴에 손을 얻고 살금살금 학교로 가는 쑥쑥이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엄마, 아빠도 덩달아 뛰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아이의 미션 완수를 기도한다.     


터벅터벅. 쑥쑥이의 발소리가 무겁다. 무슨 일일까?    


쑥쑥이는 수업이 끝나고 친구들이 모두 교실을 떠날 때를 기다렸다가 살며시 교실로 돌아갔다. 다시 한 번 주위를 쓰윽 둘러보고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는 친구의 자리에 준비해 간 선물과 편지를 넣으려는 순간.


드르륵드르륵. 목도리와 장갑을 놓고 간 C가 J와 함께 문을 열고 들어온 것이다. 서로 놀란 아이들은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기로 하자며 또 하나의 비밀을 만들었다.     


집으로 돌아온 쑥쑥이는 자신이 Y의 마니또임을 친구가 알게 되어서인지, 자신은 아직 편지와 선물을 못 받아서인지. 아님 둘 다 때문인지 속상함과 긴장의 경계인 뾰루뚱뚱한 표정이다.     


그리고 다음날.

탁탁탁!!! 문을 두드린다. 그 소리가 어찌나 경쾌하던지 무슨 일인지 알 것 같다.     


“엄마, 아빠! 나 편지랑 선물 받았어. 하하하. 이것 봐.”

“오호~~ 축하해. 어떤 친구인지 궁금하네?”

“응. 몰라. 근데 남자친구인 것 같아.”    


함께 신 난 아내는 급기야 지난 시월 아이 생일 때 친구들로부터 받은 축하 메모를 받았다는 사실을 생각해냈고, 아이와 함께 필적감정에 들어갔다. 한 명씩 한 명씩 확인할 때 전해지는 이 쫀득쫀득한 긴장감.^^


오~ 이렇게 글자를 꺾어 쓰는 친구는 S와 T가 있네. 그런데 T는 ‘ㅅ’을 쓸 때도 살짝 꺾잖아. 여긴 아니네. S가 마니또 같아. 하하호호.   


그날 저녁.

같은 반 C와 M의 생일파티가 열렸다. 아이 엄마들이 모였는데, 엄마들의 이야기 주제 또한 아이들의 마니또였다고 한다.(이런 쫄깃한 긴장감 있는 이야기를 아내를 통해서 들을 때면 아빠 육아의 한계랄까, 소외감 같은 것이 있다. 그래도 들을 수 있으니 만족!)    


누가 누구의 마니또인지, 아이들보다 더 궁금한 엄마들은 서로의 퍼즐을 맞추기 시작했고, 몇몇  남자아이들은 엄마에게 마니또 게임의 존재를 말하지 않아 엄마를 당황케 했다.     


J군의 엄마는 J 가방에서 “안녕~ 나는 P야. 너랑 친하게 지내고 싶어. 꼭 답장해줘.”라는 편지를 보고는 아이가 벌써 연애편지를 받은 줄 알고 침묵하는 아들에게 여자 친구에겐 답장을 해야지 하며, 강요했다며 웃기도 했단다.    


두 시간의 생일파티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온 쑥쑥이는 씻지도 않고 자기 방에서 나오질 않는다.

뭐하고 있냐는 물음에 Y에게 편지를 쓴다는 콧소리가 흘러나온다.    


"이건 비밀인데. S가 내  마니또야."라고    


갸우뚱하는 나를 보며 아내가 눈을 찡긋하며 부른다.

C와 J가 말할까 걱정되기도 하고, 실은 자기가 입이 근질근질해서 Y에게 다가가 자기가 비밀친구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 뒤로 서로는 정말 비밀친구가 된 듯 비밀 이야기를 나눈다나.    


뭐 좀 이상하기도 하지만 아~ 부럽다.     


나의 마니또는 누구일까? 활동을 좀 시작하렴.

나는 누구의 마니또인가? 활동을 좀 시작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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