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oonlight Feb 12. 2016

기다림

아빠들의 육아 수다

아마도 첫 번째 육아휴직을 끝내고 복직하면서였던 것 같다. 아이가 있는 아빠들을 만나면 모임의 성격을 떠나 살며시 육아 이야기로 끌어간다.

종종 개인이 가진 독특한 필살기를 들으며 ‘오호~~ 나도 해볼까?’하는 도전의식을 갖기도 하고, 가끔은 ‘그래 사람 사는 것이 거기서 거기지 뭐.’하며 묘한 동질감에 위안을 누리기도 한다.     


며칠 전 6살 아이를 둔 아빠를 만났다.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고는 금세 아이의 근황을 묻는다.     


그의 외아들은 또래보다 언어와 사회성 발달이 더디다. 싫고 좋음의 의사표현을 악, 으악 혹은 꽤액 같은 소리로 나타낸다. 특히 싫은 상황에서 나타나는 아이의 표현과 부모와의 감정 대립은 보는 이까지 위태롭게 했으니, 부모도 아이도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근황을 답하는 그의 얼굴에 화색이 돈다.

지금은 낯선 사람이 많은 음식점에도 들어가고, 조곤조곤 말도 하고, 아직은 혼자만의 중얼거림이 많아 상호작용은 어렵다고 했지만 어린이집도 잘 다니고, 설 명절엔 집안 어른께 세배를 하고 다가가 세뱃돈까지 받았다며 흐뭇해했다.     


그러다 잠시 후 걱정을 하나 꺼낸다.

언어치료를 열심히 하고 있지만 혹 따라가지 못하면 서울을 떠나 지방으로 이사를 가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아이가 좀 더 심리적으로 편하게 적응할 수 있는 곳을 찾고 있다고 했다.     

또 그는 자신의 지난 모습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손으로 때리는 체벌을 하진 않았지만 아이의 행동에 말과 표정으로 불만을 드러내는 폭력을 행했다고 했다. 그때 아이에게 필요했던 것은 아빠의 강압적인 훈육이 아니라 가만히 맞잡은 손이었을 것 같다고. 차근차근 아이의 감정을 매만지며 나란히 앉아 준비될 때까지 손을 잡고 기다려주는 것이 필요했을 시기에 자신이 너무도 급했다며......        


잠시 후.

1년 전과 비하면 아이는 지금 많이 달라지지 않았냐고 물었다.

이에 그는 단호하게 ‘많이’를 ‘완전히’라는 단어로 고쳐 답했다.


지금부터 1년 후, 그 아이는 어떻게 변할까? 그리고 다시 1년 후면.

그와 내가 상상할 수 있는 그 이상의 일들이 펼쳐질지 모른다.     


돌아오는 길. 가만보니 아빠인 그가 참 많이 변했다. 


짝짝짝!!! 긴 겨울을 견디고 굳건히 초록으로 커나가는 새싹을 기대하며

상상 그 이상이 현실이 되기를 바란다.  


매거진의 이전글 응답하라 나의 마니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