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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light Feb 13. 2016

방학, 길면 좋을까?

겨울방학과 봄방학 사이

벌써 2월도 중순을 지나고 있다.
올해 계획한 ‘아이들과 열심히 놀자’를 제대로 실행해보지 못했는데 시간만 자꾸자꾸 흐른다.
휴~ 하며 안도의 숨과 함께 오늘도 무사히 보냈구나, 하며 잠자리에 누우면 아이들과 더 놀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린다. 이렇게 하루하루 지내다 보면 덜컥 복직의 시기가 다가올 것이고. ㅠㅠ  
  

깨우고 먹이고 준비물을 다시 살피고(이 사이 많은 고성이 오간다.) 첫째를 등교시키면, 둘째와 세 권의 책을 읽고, 한 번의 인형놀이를 하면 금세 점심시간이다.
식사 후 나만의 여유를 가지려 둘째에게 낮잠을 강권하다 또 한 번 옥신각신하게 되고, 휴전 상태가 될 즈음 첫째가 돌아온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또 하루가 지난다. 연초 계획했던 ‘아이들이 원하는 대로, 나도 함께 신 나게 놀자.’라는 당찬 목표는 작심삼일의 구호일 뿐이다.   
  



이런 나의 일상을 듣던 출근하는 한 아빠가 말한다.
    


첫째는 방학 아닌가요? 같이 여행이라도 가지 그래요?

네? 겨울방학은 1월 말에 끝나고 지금은 학교 다녀요.

그럼 요즘 학교에서 뭐해요?

음. 교과는 다 끝난 것 같아요. 가끔 만화영화도 보고, 마니또 게임도 하며 노는 것 같아요.

배우는 것도 없는데, 왜 학교에 가는지 모르겠어요. 방학을 더 길게 해서 체험의 기회를 더 많이 주면 좋을 텐데.



잠시 대답을 찾지 못했다.    


그럴 수도 있겠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방학기간에 아이가 다양한 체험을 하도록 하면 좋으련만 나의 현실에선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야 하는 것이 부모일지도 모르겠지만, 구차하게 변명을 하자면.     


9살과 3살 아이를 둔 우리 부부의 주말을 보면, 아이에게 친절한 일상만은 아니다.
특히 이제야 두 돌이 되는 둘째가 있어 첫째를 위한 마음씀은 늘 부족하다. 이는 마찰로 이어져 상처의 불꽃을 피우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주말 같은 방학이 계속된다면?

복직을 하고 다시 맞벌이가 되면 아이의 방학은 더 걱정이다.
돌봄 교실도 1-2학년 위주로 운영되어 3학년이 되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여러 학원을 보내기도 안쓰럽고, 그렇다고 집에 혼자 두기도 불안하다.     


이런 고민을 가진 나에게 방학은 기회이기도 하지만 불안이기도 하다.


다행히 첫째는 겨울방학과 봄방학 사이의 14일을 즐기는 모양이다.
좀처럼 학교 이야기를 하지 않던 녀석이 요즘은 만화영화 본 것, 마니또와 비밀 이야기를 나눈 것을 말해준다. 다음 주엔 사랑의 온도 게임(개인별로 친구에게 선행을 하면 1칸씩 올라가고 총 5칸을 채우면 미션 완료)에서 모두 성공한 기념으로 과자파티를 한다며 잔뜩 기대하고 있다.     


아이의 친구 중 몇몇은 방학 사이 14일 동안 여행이나 체험을 위해 등교하지 않는다. 학교를 벗어나 낯선 곳에서 느끼고 익히는 것은 참으로 설레는 일이다. 하지만 학교란 곳에서 평소와 다른 학교의 매력을 발견할 수 있다면, 잠시 교과학습에서 벗어나 친구와 마음을 나누고 느낄 수 있다면 이 또한 멋진 시간이지 않을까?


아이들이 매일 이렇게 신 나게 학교생활을 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제발 알아서 준비하고 등교했으면^^.

물론 배움도 소홀히 하지 않고서 말이다.


적고 보니 욕심이 지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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