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쑥쑥이의 초등 1학년이 끝났다.
보름간의 봄방학이 지나면 초등 2학년이 된다. 참 신기하다.
졸린 눈을 비비는 녀석을 품에 안고 어린이집에 보냈는데,
이젠 혼자서 등하교를 하는 녀석이 되었으니 말이다.
사실 아빠나 엄마와 노는 것 보다 친구와 놀고 싶다 하고
친구와 엇갈린 감정 때문에 힘들어하고 이 또한 쉽게 달래지지 않으면,
벌써 우리 품을 떠날 때가 되었나 하며 놀라기도 하지만.
어쨌든 자녀의 성장은 신비롭다.
며칠 전 아내의 전화기가 10여분 동안 짧고 굵게 몸살을 앓았다.
다름 아닌 엄마들의 단톡 방에서 2학년 반 배정에 대한 정보가 활발하게 오간 것이다.
짐작컨대 몇몇은 안도의 한숨을, 몇몇은 시름의 한숨을 지었을 것이다.
우리도 그랬다.
지난 1년을 보내면서 2학년에도 같은 반이 되었으면 하는 친구도 있고,
이 친구만은 서로 다른 길을 갔으면 하는 생각도 했다.
뭐 결과는 ‘인생은 계획대로, 바람대로 되는 것이 아님’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지만.
지난 3일 만난 잡지 베이비의 강은진 기자님이 생각났다.
육아휴직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려 만났다가 학부모 모드로 변해 한참 수다를 떨었는데,
그때 강 기자님은 나의 여러 고민에 팁을 주었다.
그중 하나인 아이의 교우관계.
좋은 친구와 어울렸으면, 친구로 인해 마음 아프지 않았으면 하는 보통스러운(?) 부모 마음.
그때 한 사례를 말해주었는데,
엄마가 보기에 부족한 친구와 어울려 다니는 아들에게,
에둘러 좋은 친구와 다니면 좋겠다고 말을 했단다.
그때 초등 4학년 아이가 엄마에게 한 말은
“엄마, 내가 좋은 친구가 되어주면 안 될까?”였단다.
이 말을 듣는데 어찌나 부끄럽던지. 꼭 나를 보는 것 같았다.
내 아이가 좋은 친구를 사귀는 것에만 관심을 두었지,
내 아이가 좋은 친구인지는 생각해 보지 않았다.
2학년 반 배정에서 쑥쑥이와 같은 반이 되었으면 하는 친구가 몇이나 될까?
아니 그런 바람을 가진 친구가 있었을까?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는 여러 이유 중 하나는 서로 도와가며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것을 배우고 익히기 위함이 아닐까?
이제 그 출발점에 선 아이들에게 벌써 하나의 기준으로 한계를 설정하며 구분 짓는 것은 아직 내가 어른이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가만 나는 누군가에게 좋은 친구이던가?
더 궁색해지기 전에 오늘은 여기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