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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light Mar 29. 2016

아침 풍경

모두가 출근하고 홀로 남은 아빠

봄이다. 아직 아침에 일어나려는 내 몸은 겨울처럼 굳어있다.

겨우 팔을 뻗어 다리 하나를 집어 들고는 옆으로 굴러 끙 소리와 함께 몸을 일으킨다.


잠들어 있는 세 여인을 보며,

오늘 아침은 뭘 먹을까? 고민한다.

아~ 어제저녁에 미리 생각해둘 걸.    


초등학생이 되면서 아침 식사에 매력을 느끼지 않는 첫째가 그럭저럭 좋아하고,

잠에서 깨면 밥을 먹어야 할 만큼 식성이 좋은 둘째가 특히 좋아하는


계란찜을 하기로 했다.     




가스레인지에 불을 켜고는 창을 열었더니, 거침없이 들어오는 찬 기운.


건너편 아파트의 출입구에 한 아빠가 있다.

한 손으로는 다섯 살 정도의 딸아이 손을 잡고

다른 손으로는 유모차를 밀고 다.     

그 앞을 여고생이 온 힘을 다해 뛰어간다.



고요한 집과는 달리 세상은 여전히 분주하다.   

  



첫째와 아내가 집을 나서고는,

나는 둘째와 남았다.  

이제 이 녀석을 어린이집에 보내야 한다.


어린이집에 다닌 지 이제 3주가 지났는데,

아이의 적응은 실로 아빠를 놀라게 했다.     


어린이집 가방에 식기를 챙겨 두면,

가방엔 책이 들어갈 자리라며 도시락을 빼버리고,

언니 책들로 가방을 꾹꾹 눌러 채운다.     


분홍색 외출복을 입고 산책하길 좋아하던 녀석이,

이제는 내복을 고집하고 저녁 외출을 좋아하며,

언니와 엄마가 없는 외출에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눈빛을 날카롭게 하다가,

어린이집으로 가는 방향으로 접어들면

놀이터가 있는 쪽으로 손을 가리키며 ‘저쪽이야’를 외친다.     


과자를 주거나 뽀로로를 보여줘도 이젠 통하지 않는다.     


신발 없이 안기고 싶다고 매달렸던 녀석이

집을 나선지 얼마 되지 않아

신발을 신어야겠다며 집으로 돌아가자 했을 때

한 손으로 들었던 신발을 보여주니

이건 망했다~  하며 실망하던 그 모습  ㅠㅠ


다행인지 어린이집에 들어가면 전처럼 오랜 시간 울지 않는다.

울어봐야 소용없다는 것을 알게 된 건지도 모른다.

돌아와선 선생님과 했던 놀이를 이야기하면서 웃는 것을 보며

조금씩 적응하는 것이라 믿어본다.    




꾸역꾸역 둘째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데 성공하고
돌아와 혼자 차를 마신다.

오늘 새벽.    


안 돼! 싫어! 싫어!

하며 잠꼬대를 하던 둘째의 목소리는 아직 집에 남아있었다.


 

모두 출근한 시간.

자유로 충만할 것 같던 혼자만의 시간이


오늘은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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