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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light Aug 19. 2016

부성(父性)이란 어디서 오는 걸까?

며칠 전 한 회의에 참석했다.

잠시 여유가 생겨 다른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어떻게 주제가 ‘아빠 육아’로 흘렀다.   

 

“요즘 아빠들은 정말 힘들어 보여요. 아이들 간식이나 음료를 생기는 것도 아빠 몫인 가족이 많더라고요.”

“맞아요. 제 주변에도 그런 분들 많아요. 근데 저는 첫째도 둘째도 생후 3개월 때까지는 예뻐 보이지 않더라고요. 100일 가까이 먹이고 씻기고 기저귀 갈면서 정이 들고 ‘내 아이다.’는 느낌이 생겼어요.”

“아무래도 엄마는 아이를 열 달 동안 품고 있고, 아빠는 태어서 만나니까 그때부터 내 아이라는 인식의 과정이 필요한 것 같아요.”    


그 이후로도 출산의 순간에 아빠가 눈물을 흘리는 것은 흔하지 않다는 의견과 자기 주위엔 정말 눈물을 흘린 사람이 있다는 의견이 오갔다.


나는 어떠했더라. 애써 가물가물해한다.

        

회의가 끝나고 집으로 향하는 길.

‘부성(父性)은 어디서 오는 걸까?’ 하는 생각이 일었고,

습관처럼 인터넷에 물어보다 우연히 정호승 님의 ‘씨앗’이란 시를 만다.      


+

씨앗           



엄마가 날 낳기 전

나는 무엇이었을까

오월의 나뭇잎에 어리는 햇살이었을까

길가에 핀 한 송이 작은 풀꽃이었을까

아니면 남해의 어느 섬 절벽 위에 둥지 튼

바다새의 작은 새알이었을까

아마 엄마가 날 낳기 전

나는 엄마의 사랑의 마음이었을 거야

마음의 중심이 있는

작은 씨앗이었을 거야.     



+

작은 씨앗이 엄마의 몸에 생기는 순간

아빠도 함께 씨앗을 마음으로 품었다면    


처음 만나는 그 순간.

어찌 감격하지 않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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